[기고] 김영란법과 지역 농산물 소비

입력 2016-08-18 04:55:02

다음 달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으로 대한민국이 그야말로 시끌벅적하다. 사회 곳곳에 있는 부정과 부패, 부정의(不正義)를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과감히 도려내고 투명한 신뢰와 합리성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 시행에 있어서는 갑론을박의 논쟁이 사그라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말 그대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입법 제안 때 애초 대상인 공직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입법권을 가진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앞으로 맞닥뜨릴 파장과 영향력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김영란법이 가지는 위력이 메가톤급이라는 방증이다.

그런데 농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 중심에 김영란법 시행령 제8조 3항 2호에 있다. 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전문기관에 의하면 법이 시행되면 농축수산물 선물 수요는 1조1천억~1조3천억원, 외식업 매출은 4조2천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국내산 농축수산물 생산과 소비는 위축되고 나아가 저가 수입 농축수산물 소비 증가로 이어져 국내 농축수산업이 더욱 힘들어진다며 김영란법 대상 품목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시켜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법 시행 때 농업계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등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농도(農道) 경북도 또한 전국에서 가장 먼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자체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 중이다. 경북도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가감없이 전달할 계획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있어 농업 문제의 본질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에서 초래되는 농가 경영 불안정이다. 그렇다면 해법 또한 그곳에 있음은 자명하다. 문제를 들여다보는 통찰력 없이 쏟아내는 대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순간 나타나는 효과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농축산물의 소비에서 시작된 문제이므로 해결책 또한 소비에서 찾아야 된다. 시행령 개정안 등 법적 해법 또한 그 범주의 일환이다. 아울러 농민만을 위한 대안이 아닌 국민 전체를 위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지역 농산물 소비. 그동안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강조한 농정의 큰 화두 중 하나이다. 신토불이, 로컬푸드, 향토산업 육성, 도농 상생 소비촉진 등 정책 수단과 시스템의 변형은 있었지만 큰 맥락은 같이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산업화, 민주화 시대에 있어 지역 농산물 소비정책과 현재의 정책은 분명 그 차이를 두고 추진돼야 한다. 전자(前者)의 정책이 '농가 경영 안정'이라는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면 후자는 '국민 건강'이라는 중심을 갖고 있다. 농축수산물 소비 트렌드가 양과 가격에서 질과 안전, 건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영란법을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재해석하고 일반 국민에게 호소함으로써 정책과 입법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다음과 같이 설득해 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김영란법 시행은 차치하더라도 '국민 건강 확보'는 농업의 대표적 공익 기능이기도 하다. 구체적 실천 방안과 노력은 정부와 지자체, 행정, 일반 국민 우리 모두의 몫이다.

'국민 건강을 위한' 지역 농산물 소비를 여러분께 호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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