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엘리트층 '탈북 도미노' 본격화 되나

입력 2016-08-17 19:01:48

가족과 함께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선전담당 태용호 공사는 영국 외교가에서는 유럽통으로 평가받는 북한 외무성의 고위 외교관이다.

북한대사관 내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고위급 외교관의 탈북은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 도미노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4월 중국 닝보(寧波)의 북한식당 종업원 13명, 5월 중국 산시(陝西)성의 북한식당 종업원 3명이 탈북했으며, 7월에는 북한군 총정치국 장성급 인사가 중국에서 탈북했다는 설이 있었다. 작년에는 대남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좌(대령급)가 한국에 들어왔다.

고위급 외교관인 태 공사가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데에는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 이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이 예전에는 영국 정부 관리들이나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영국 의원 등과 접촉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접촉이 거의 끊겼다.

또 최근에는 북한대사관이 공개적인 다른 외부 활동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잇따라 나오면서부터는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영국 재무부는 유엔 안보리와 유럽연합(EU) 대북 제재 결의 대상에 오른 북한 국영보험사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자금동결 조치에 이어 압수수색에 나섬에 따라 KNIC 런던지사는 영업활동이 위축돼 독일 함부르크지사와 마찬가지로 문을 닫는 수순에 들어갔다.

북한 정부는 지난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약 600억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는데 이때 이 국영보험사를 이용했다.

최근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은 런던에 있는 국제 금융기관들을 통해 조달하던 외화 창구가 막힌 것이다. 또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주재원으로서 생활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이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기가 쉽지 않을 만큼 궁핍하게 지내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면서 "대북 제재 이후 본국에서 외교관 주재 지원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태 공사는 차석으로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운영의 살림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스웨덴, EU 담당과장 등을 지낸 유럽통인 태 공사가 이런 압박감 속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쌓인 염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망명을 신청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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