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빚 갚는 데 사용된 한수원 '기금'

입력 2016-08-16 05:00:01

경주 기업 위해 1천억원 출연, 싼 이자 기금 받아 타 대출 상환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 기여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동반성장기금'이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 용도가 아닌 기존 대출 변제 용도로 변질돼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금의 관리은행으로 선정된 기업은행에 이 기금 대출이 일방적으로 쏠려 특정 은행을 위한 사업이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4월 경주시'경주상공회의소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모두 1천억원의 지역 중소기업 육성 자금을 출연했다.

한수원은 이 기금을 기업은행에 정기예금 형식으로 예금한 뒤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천억원의 범위 내에서 자격 요건에 따라 대출을 지원하도록 했다. 한수원이 입금한 1천억원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기금 1.5%(연간 15억원)와 기업은행이 이 기금 이용 기업에 대한 이자 삭감 부분을 합한 2.4%의 이자를 대출비용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최소 이자는 연리 0.5~1% 남짓이다. 대출은 기업당 10억원이 한도이며, 매년 자동연장이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이 기금이 워낙 저리이다 보니 신생기업의 지원이나 신규 대출이 아니라 다른 금융권 기존 대출금 상환용으로 이 자금이 변질되고 있다.

경주의 한 은행 지점 관계자는 "이 기금의 당초 취지는 기업의 재투자 또는 사업 확대, 고용창출 등인데, 대부분 다른 은행권에서 차입한 대출금의 상환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특정은행에 대출을 몰아주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반성장기금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경주권 158개 기업에 923억원이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은 이 제도 시행 이후 두 달간 적게는 10건, 많게는 30여 건의 대출이 다른 은행권으로 이탈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소규모 기업엔 대출이 하늘의 별 따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의 한 소규모 업체 관계자는 "선정된 기업들은 기존 대출을 이 기금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자금을 활용하고 있다. 3~4%의 이자를 물던 기업들은 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경주상의 관계자는 "이 기금 대출을 둘러싸고 회원 기업들의 불만이 많다. 특정 은행을 위한 기금 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측은 "기업은행은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추천 권한이 없다. 자금을 쓰려는 기업은 많고 기금은 한정되다 보니 이런 말들이 오가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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