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점을 쏘고 정신 차렸어요."
극적인 역전으로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37·KT)가 아찔한 순간을 떠올리며 "그렇게 실수를 한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진종오는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50m 권총 결선에서 9번째 격발에서 6.6을 쐈다. 순식간에 순위는 7위로 미끄러지면서 메달권은 커녕 탈락 위기에 놓인 순간이었다.
경기 뒤 진종오는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오조준한 상태에서 격발했다"고 당시 실수를 떠올리면서 "잠시 자책을 했지만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다시 사대에 섰다"고 했다.
[사진설명 : 냉정하게 조준하는 진종오. 연합뉴스]
이것은 지난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에 그치면서 가슴에 새긴 다짐이었다. 진종오는 "그때 5위를 하고 다 내려놨다"며 "10m 경기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 뭔가 보여주려는 경기를 하다 보니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번 50m 결선만큼은 정말 진종오다운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6점을 쏘고도 다시 한번 평정심을 찾기 위해 자신을 추스렸다. 그리고 그는 결국 해냈다.
한 발만 더 쏴 순위 변동이 없으면 탈락하는 위기에 놓인 10번째 격발. 그는 9.6점을 기록하며 살아났다. 그리고 11, 12번째에서 각각 10.4점, 10.3점을 쏘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13번째에는 9.8점을 쐈고 14번째에는 만점(10.9점)에 가까운 10.7점을 명중했지만 진종오는 여전히 3위.
진종오는 차분했다. 15, 16번째에는 10.5점, 10.0점을 쏴 북한의 김성국과 공동 2위로 올라섰다. 17번째에는 10.4점을 쏘면서 1위인 호앙 쑤안 빈과 점수 차가 1.3점으로 좁혀졌다. 18번째에는 10.2점을 쐈다. 점수 차는 이제 불과 0.2점. 김성국은 동메달리스트로 확정되고 이제 진종오와 호앙에게는 각각 두발의 기회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남은 두 발 중 첫발을 진종오는 10.0점, 호앙은 8.5점에 그쳤다. 드디어 진종오가 1위로 도약한 순간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에서 진종오는 9.3점, 호앙은 8.2점을 쏘면서 진종오가 금메달에 쐐기를 박았다.
[사진설명 : 눈시울 붉힌 진종오. 연합뉴스]
진종오가 사격 선수로 이날까지 수확한 올림픽 메달은 모두 6개(금4·은2)다. 그는 개인전 기준 역대 사격 역사상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인 중국의 왕이푸(금2·은3·동1)와 같은 메달수를 기록했다. 양궁의 전설로 불리는 김수녕(금4·은1·동1)이 보유한 한국 올림픽 최다 메달(6개)과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올림픽 무대는 여전히 부담이다. 진종오는 "올림픽 무대가 정말 어렵긴 하다. 이렇게 극적으로 승리하니,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해 했다. 더구나 주위의 기대가 높으면서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진종오는 "올림픽 3연패를 했지만, 이번 리우에서 딴 금메달이 가장 무겁고 값지다"고 운을 떼며 "정말 힘들고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다. 주위의 기대가 감사하면서도 큰 부담이 됐다"고 했다.
진종오는 아직 은퇴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의사를 밝혔다. 그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 말씀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나는 정말 사격을 사랑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싶다. 은퇴하라는 건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리우올림픽의 28개 종목 가운데 선수 생명이 가장 긴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 사격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다.
진종오를 14년 동안 지켜본 사격 국가대표팀 차영철 코치 역시 이미 리우올림픽 개막에 앞서 "진종오는 만족할 줄을 모른다"며 "아마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도 안주하지 않고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바라볼 것"이라고 언급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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