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 기자의 울라! 리우] 코소보, 긴 암흑기 이겨내고 독립 '첫 金'

입력 2016-08-09 05:00:02

코스보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여자 유도의 마일린다 켈멘디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보에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긴 여자 유도의 마일린다 켈멘디가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룰 때 기쁨은 배가되고, 다른 이들에게 주는 감동도 커진다. 리우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코소보가 여자 유도에서 금메달을 수확, 눈길을 끌고 있다. 갖은 시련을 이겨내고 독립한 코소보가 처음 나선 올림픽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욱 뜻깊은 일이다.

코소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낯선 이름이다. 그나마 이를 들어본 이들도 '코소보 사태'라는 말로 기억하는 정도일 것이다. 코소보는 비극의 땅이다. 1998년 코소보 사태 때 세르비아군에게 '인종 청소'라 불릴 정도로 민간인들이 집단 학살당하는 참사를 겪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세력 간의 무력 충돌 과정에서 기나긴 혼란에 휩싸였다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코소보는 당당히 하나의 국가로 참가했다. 2014년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정회원국 자격을 얻었고 자국 국기를 달고 리우에 입성했다. 비록 어려운 형편상 수영 2명, 유도 2명, 육상 2명, 사격과 사이클에서 각 1명씩 총 8명의 선수만 보냈음에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개회식 기수였던 마일린다 켈멘디(여자 유도 52㎏급)가 그 주인공이다.

켈멘디는 개회식 후 "내 조국인 코소보의 기수로 나섰다는 게 영광스럽다. 오래 기다렸던 순간이다"며 "꿈만 같다. 나와 코소보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코소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한 장 더 썼다. 8일 이탈리아의 오데트 지우프리다를 한판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승리한 직후 켈멘디는 코치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 켈멘디는 알바니아 국적으로 경기에 나서야 했다. 당시엔 코소보가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탓이었다.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AP통신 등 외신은 최근 세르비아 정부가 자국 선수단에 코소보 선수들과 같이 메달을 획득, 함께 시상대에 서게 되면 보이콧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 측도 일종의 권장 사항이라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켈멘디의 우승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켈멘디는 "코소보인, 아직 부모가 살아 있는지 알지 못하거나 먹을 것 또는 공부할 책이 충분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번 금메달은 큰 의미가 있다. 전쟁 후에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며 "작은 나라, 가난한 나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올림픽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동유럽 발칸 반도의 소국 코소보는 켈멘디의 금메달에서 희망을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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