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녀 아트토이로 "꿈을 응원해"

입력 2016-08-09 05:20:01

대구 청년사업가 아이디어 '3D 프린팅' 으로 탄생…온라인 스토리 펀딩 170여 명 후원

'소녀의 여행을 응원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스토리 펀딩을 진행 중인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김은아 디자이너, 박은경 스토리파크 대표, 한대탁 3D MEMORY 대표. 스토리파크 제공
'위안부 소녀상' 아트 토이(Art toy)의 모습. 스토리파크 제공
'위안부 소녀상' 아트 토이(Art toy)의 모습. 스토리파크 제공

흰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었고, 검정 고무신에 흰 버선을 신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곱게 땋았고, 오른쪽 어깨 위에는 노란 나비 한 마리가 앉았다. 1930, 40년대 이 땅에 살았던 10대 소녀들 모습을 닮았다.

높이가 10㎝인 이 소녀상은 3D 프린팅으로 재현된 '위안부 소녀상' 아트 토이(Art Toy'인형과 같은 기존 장난감에 예술가의 디자인을 입힌 것)다.

아트 토이로 재현된 위안부 소녀상을 소재로 한 '스토리 펀딩'(창작자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 누리꾼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다. 펀딩은 위안부 소녀상 아트 토이의 '여행'을 돕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달 21일 시작된 이 펀딩에는 8일 현재 170여 명이 후원 뜻을 밝혀 목표 모금액 500만원의 절반(280여만원)을 넘겼다.

이런 기발한 펀딩을 시작한 이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청년 창업가 한대탁(27) 씨다. 그는 2014년 창업한 업체에서 지난해 5월부터 3D 프린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로 고객이 사진을 담아 주문하면 아트 토이로 만들어 보내주는 일이다.

그가 펀딩을 시작한 계기는 올 1월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를 때 우연히 들었던 팟캐스트 패널의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패널이 '위안부 소녀상이 철거되면 집집이 놔두면 된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이 가슴에 크게 와 닿았다"며 "아트 토이로 제작한 위안부 소녀상이 집집이 놓여 있으면 사람들이 쉽게 잊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녀상 디자인에는 과거 사진과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한 영화 등을 참고했다. 김은아(26'여) 디자이너는 "금속성 소재인 기존 소녀상과 달리 아트 토이는 포근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어깨에 놓인 노란 나비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나비처럼 자유롭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가 박은경(41'여) 스토리파크 대표였다. 지난해 3월부터 한 대표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키워드가 '여행'이었다. 한 대표는 "10대 시절 수학여행을 가기 전날 두근거렸던 마음을 떠올렸다. 할머니들도 소녀 시절로 돌아가면 여행을 가장 가고 싶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아트 토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고 이를 공유한다면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고 하나의 문화로 기억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3월부터 사진작가를 섭외해 전국 각지로 떠나는 '소녀의 여행' 콘셉트로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그러자 국내 한 포털사이트 스토리 펀딩 담당자 등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고 온라인을 통해 펀딩을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모인 후원금 중 재료비 등 원가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아무쪼록 많은 사람이 참여해 위안부 소녀상의 여행이 멈추지 않고 오래도록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다음에는 멸종된 독도 강치를 소재로 스토리 펀딩 2탄도 준비하고 있다. 9일부터 강치 아트 토이를 판매하며 강치 이야기로 동화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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