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가 27일 전국 17개 시'도에 지방의회 의원의 배지 제작 가격을 국회의원 배지(3만5천원) 이하로 할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행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 배지 제작 값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방의회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만들어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지를 잃어버려 다시 제작해 배부할 때는 의원이 돈을 주고 사도록 권고했다. 지방의원 배지 제작에 관한 한 분명한 안내선을 제시한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권고 공문은 지방의회 의원의 수준과 품격이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잘 드러낸 한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 부끄러운 우리 지방의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오죽했으면 행자부가 권고문을 통해 지방의원 배지 제작과 관련, '일반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정도의 가격으로 제작해야 한다'면서 사례로 국회의원 배지 가격까지 제시하면서 그 이하로 만들 것을 권고했겠는가. 권고지만 24K순금으로 배지나 만들며 나랏돈을 함부로 헛되이 없애지 말라는 엄중함이 배인 사실상의 간섭이나 다름없다.
이번 정부의 권고는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실제로 경북의 시'군의회 의원 배지 제작 가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청송군의회는 경북에서 가장 비싼 46만3천원에 만들었다. 이 밖에도 봉화군의회를 비롯해 상당수 시'군 의회에서는 20만~40만원대의 값비싼 의원 배지를 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분실에 대비해 아예 금배지 형틀까지 미리 사놓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경북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님이 틀림없다. 정부가 전국 시'도에 같은 공문을 보낸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번 정부의 간섭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빚은 일이다. 지방자치의 자율성 침해로 볼 수 있지만 지방의회가 자초한 일이다. 그러잖아도 지방의회는 폐지 논란에 휩싸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방의원의 각종 비리와 부패, 호화 관광과 같은 의회 운영상의 문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지 30년 만인 1991년 부활된 지방자치가 되레 뒷걸음질이라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의원의 남다른 자정(自淨)과 각오가 필요할 때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