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 상업운전 38년 만에 용역수출 계약

입력 2016-07-27 19:09:42

총 1조400억 규모…UAE에 3천여 명 파견

UAE 아부다비 ENEC 본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과 모하메드 알 하마디 사장이 바라카에 짓고 있는 한국형 원전 4기에 대한 운영지원계약(OSSA)을 체결했다. 한수원 제공.
UAE 아부다비 ENEC 본사에서 조석 한수원 사장과 모하메드 알 하마디 사장이 바라카에 짓고 있는 한국형 원전 4기에 대한 운영지원계약(OSSA)을 체결했다.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발전소 운영 이래 처음으로 1조원대의 용역수출을 성사시켰다. 고리원전 1호기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8년 만에 이룬 쾌거로, 한국원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바라카에 짓고 있는 한국형 원전 4기(APR 1400'5600㎿)에 대한 운영지원계약(OSSA)을 UAE원자력공사(ENEC)와 맺었다고 최근 밝혔다.

◆3천여 명 우리 인력 중동으로

한수원은 이번 계약에 따라 1호기 준공시점인 내년 5월부터 2030년까지 해마다 250~430명(평균 210명), 누계 3천여 명에 달하는 운전원과 운영인력 등 전문인력을 파견하게 된다.

UAE 측은 2030년까지 자체 인력 비중을 전체 인원의 90% 수준으로 늘린 뒤 점진적으로 한수원 인력비중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국내 원전 운영 초기 프랑스 등에서 전문인력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간 형태로 보면 된다.

한수원은 이번 계약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750명을 추가로 채용해 교육하고 있다. 또 현지 원전기술 교육훈련을 위해 한수원 교수진 10명을 파견해 UAE 과학기술고 아부다비 캠퍼스에서 운영인력(300여 명)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다.

한수원은 그간 부품이나 건설공사 등을 위해 원전인력을 수출한 경우는 있었지만 운영을 위해 전문인력을 해외로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력파견과 관련해 비용 전반을 UAE 원자력공사가 모두 부담한다는 점에서 중동지역에 새로운 '한류수출'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호평도 뒤따르고 있다.

계약은 6억달러에 주택'교육 등 간접 지원비 3억2천만달러를 합쳐 모두 9억2천만달러(약 1조4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직원들은 주거비 등을 포함해 1인당 연 3억원가량을 받게 된다. 1970년대 '생계'를 위한 건설에서 시작된 중동과의 공생관계가 최근 한수원의 인력수출을 계기로 '한국의 우수한 기술전파'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준비가 결실을 낳았다

한수원은 이번 계약에 앞서 2009년 한전 컨소시엄에 참여해 UAE 원전 4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최초 해외 원전사업으로 2012년 7월 원전 1호기 공사를 착공했고 지난해 5월 원자로 설치를 마무리 지은 뒤 현재 내년 5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1년 단위로 2호기부터 차례로 공사를 마치게 되며 2020년 5월에는 4호기까지 준공된다.

당초 UAE 측은 4호기가 준공되면 자체 인력을 동원해 원전을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원전안전 확보 등을 위해 선진기술을 가진 한국 인력들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내부에서 커지면서 이번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 원전이 운영되면 단숨에 UAE는 대만 수준의 원자력 발전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 이미 5~8호기가 들어설 부지도 확보된 상태여서 UAE가 중동 원전시장의 중심이 될 가능성도 높다.

◆중동에 원전 한류를 심는다

한수원 측은 이번 UAE 원전 운영계약 체결로 다른 중동 국가로의 원전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AE 측도 한수원과 손잡고 장기협력체계 구축과 해외 원전사업 공동진출을 모색하는 등 양국의 원전 상생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여기에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도 UAE처럼 원자력 등 다른 에너지원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석유시장의 큰 손인 사우디아라비아도 2030년까지 원전 16기를 건설할 계획에 있어 한수원의 해외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조석 사장은 "중동에서의 근무여건은 한국보다 힘들겠지만 보수가 좋고 국내의 우수한 기술을 알린다는 보람도 있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있다"며 "40년간 국내 원전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 한국'중동이 윈윈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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