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를 강압할 수 없다는 정진석 원내대표의 인식은 옳다

입력 2016-07-26 21:03:59

정부가 지금까지 성주의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주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보다는,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과 당위성만을 내세워 왔다. 정부'여당은 사드의 성주 배치에 찬성하면 국익(國益)을 위한 것이고, 배치에 반대하면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이라는 식의 논리를 설파해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성주를 방문해 그나마 성주 군민들이 경청할 만한 발언을 했다. 그는 "성주 군민과의 공감대 없이는 사드 배치가 실현되기 매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성주 군민'경북도'미군'새누리당 등 대화의 주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성주안전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주민의 의사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옳다.

사실 정 원내대표의 제안은 성주에 대해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고, 원론적인 수준의 수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는 지금까지 정부 관계자에게서 이런 수준의 제안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해 보이기까지 하다는 점이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가 당연하게 해야 할 조치인데도,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이런 제안을 듣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따름이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여당의 강압적인 자세에 비해서는 훨씬 유연하고 전향적인 태도임이 분명하다. 정 원내대표의 말이 아니더라도, 주민이 강하게 반대하는 이상 사드 배치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배치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주민의 설득과 이해를 먼저 구하겠다고도 했는데,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런 정 원내대표의 제안에 대해 사드 배치 철회 투쟁위원회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투쟁위는 정부와 대화 창구를 만들어 소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정 원내대표의 방문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앞으로 정부'여당과 주민이 대립이 아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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