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그룹에 요즘 신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 불안과 성과연봉제 도입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타 금융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DGB는 최근 LS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DGB는 그동안 연이어 인수합병에 실패하며 '인수합병' 노이로제에 시달려왔다. 지난 2013년 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금융사 인수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중도 포기하거나 최종 인수자로 선택받지 못했다. 아주캐피탈'현대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중도 포기했다. 올 초에는 프놈펜상업은행 인수에서 JB금융지주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 LS운용사의 인수합병이 성공할 경우 계속됐던 인수 실패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는 셈이다.
인수 절차도 일사천리다. 내달까지 실사를 거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최종 인수를 마무리한다. 인수 후에는 은행 창구를 통한 공모펀드 판매 등을 통하여 LS자산운용을 2020년까지 운용자산 10조원 이상의 중형 자산운용사로 도약시킨다는 청사진까지 내놨다. 더불어 증권사 인수전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게 아닌가 하는 논란도 있다. 인수합병을 서두르다 웃돈을 주고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은행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수 예상 금액은 300억~400억원 정도로 알려졌지만 적정 가치는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에서만큼은 '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5조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손 회장은 오히려 '싸게 사서 기분이 좋다'는 입장이다. 천문학적인 부채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의 내재적 가치와 미래를 보고 판단했다는 것이 손 회장의 입장이다.
DGB 측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LS자산운용은 현재 운용자산 6조6천억원, 당기순이익 21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4.1% 등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우량회사로 알려져 있다. 여기다 전통자산 중심의 안정적인 자산운용으로 우발채무에 대한 위험성이 적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합병 후의 일이다. 많은 금융사들을 비롯해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완벽한 성공을 이뤘다고 할 만한 사례는 찾기 힘들 만큼 간단치 않은 문제다. 실패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업 간 문화 차이다. 이러한 산고를 이겨내기 위해 인수합병 중인 많은 기업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DGB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흔히 금융을 '자본주의의 공기'라고 부른다. 평소에는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불과 20여 년 전. 대구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숱한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청구'우방'보성과 같은 굵직한 건설업체는 물론 대구섬유를 대표하던 갑을'동국무역, 그리고 삼성상용차도 퇴출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부도보다 대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은 대구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들의 무더기 퇴출이었다. 대동은행'조선생명'대구종금'영남종금 등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들 금융기관의 퇴출은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 지역 경제가 발전하려면 견실한 지역 금융기관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낀 힘든 시기였다.
현재 DGB는 대구경북의 유일한 금융기관으로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며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역민들과 기업들이 믿고 맡기거나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곳간인 셈이다. 아무쪼록 이번 자산운용사의 성공적인 인수로 지역 곳간에 양식이 그득하게 쌓여 지역민들의 삶도 윤택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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