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버렸다, 나의 성취감을 얻었다
지난해 대구의 청년층(15~29세) 순유출인구는 7천220명으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 연령층 순유출 인구 중 절반이 넘는 비율(55.8%)을 차지하고 있다. 청년층 유출의 주요한 원인은 일자리 문제다.
대구시는 올해를 '청년도시 건설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청년 일자리 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편견을 버리고, 자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중소기업을 선택한 청년들을 만나본다.
◆지역에는 취업할 기업이 없다?
신창호(29) 씨는 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자동차용 프레스 금형 전문기업에 취업했다. 이 회사는 같은 해 대구시로부터 청년고용 우수기업에 선정된 유망 중소기업이다. 충분한 휴가와 자기 계발 비용'학자금 지원 등 직원 대우가 우수하고, 10년 차 직원의 평균 임금이 5천만원대에 이를 만큼 임금 상승 폭도 크다.
대구 출신인 신 씨는 서울 소재의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기숙사와 자취 생활을 하는 동안 서울 생활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구직의 첫 기준을 '대구에 있는 기업'으로 정했다. 신 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인적자원개발(HRD)을 희망직무로 설정하게 됐다. 그러나 큰 기업일수록 희망직무를 맡을 기회가 적었다. 반면 중소기업에선 희망직무를 배우면서 전문성도 키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택한 신 씨의 보람은 기대보다 컸다. 열성적인 업무 태도를 인정받아 입사 3개월 만에 팀장으로 승진까지 했다.
그는 "업무의 폭, 경험의 정도가 다양해서 기업의 성장과 더불어 개인도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내가 한 일이다'는 성취감이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구 출신의 김상범(33) 씨는 2010년부터 경남과 구미 소재 대기업에 차례로 입사했다가 2년 전 대구 북구의 한 섬유'산업용 기계 제조업체 기획팀으로 이직해 정착했다. 대학 때만 해도 그의 입사 기업 선택 기준은 기업의 '간판'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알 만한 곳에 다니는 것이 내 삶의 행복인 줄 알았다. 그러나 타지 생활을 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는 삶이 외로웠고, 퇴근 후에도 같은 회사 사람들과 기숙사에서 생활하니까 원치 않는 술자리에 불려다니는 불편이 컸다.
김 씨가 옮겨 온 중소기업은 도시철도역 근처에 있어 집에서 출퇴근하기 좋고, 통근버스를 놓칠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신입 초봉이 연 3천만원이 넘을 만큼 넉넉해 과거 직장에서보다 1.5배의 여윳돈을 저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동료와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의 노력을 통해 업무 성과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김 씨는 "우리 회사는 60년 역사를 바탕으로 탄탄한 업무체계를 갖췄으면서도 상사와의 의사소통 체계가 자유롭고 간략하다. 창업주에 이은 2세대'3세대 임원진이 말단 직원의 제안도 잘 반영해 준다. 마음먹고 일하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어서 성취감이 크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 출신 정문기 씨는 서울 소재 대기업에 합격하고도 올해 대구의 유명 건설사에 인사'노무직으로 입사했다. 부모님, 예비신부가 대구에 살고 있고, 물가와 지출을 고려하면 대구에서 일하는 것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대기업과 비교해 이곳의 하루 근무 시간이 긴 것은 맞지만, 노동 강도마저 높은 것은 아니다"며 "회사는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곳이고 전국 건설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대기업보다 업무 유연성이 높아 내가 일하는 만큼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는 사내 인사'노무 담당 두 명 중 한 명으로 일하고 있는데, 신입이 상사에게 업무 관련 제안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고, 회사가 건축'건설 관련 정부 정책에 매우 빠르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이곳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수도권 출신의 대학 동기, 후배들에게도 선뜻 이 회사 입사를 추천하고 있다.
정 씨는 "친구들과 대학 동기들이 나를 부러워한다. 수도권 중소기업에서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인사와 노무 중 한 업무만 하는 그들과 달리 두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어 단기간에 직무 능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직 기준, 연봉'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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