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기다리는 이유가 있다."
영화 '터미널'(2004년)에서 미모의 여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존스 분)가 공항에서 생활하는 빅터(톰 행크스 분)에게 들려준 말이다. 빅터는 미국 JFK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유령국가'가 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뉴욕으로 들어갈 수도 없게 된 그는 공항에서 먹고 자는 '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공항 터미널에서 9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영상에 담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답게 잔잔한 감동과 웃음을 준다. '인생은 기다림이다'는 명대사도 나온다.
이 영화는 파리 샤를드골공항에서 17년간 머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74)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나세리는 이란 출신으로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가 서류를 분실하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돼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터미널에서 생활했다. 그는 공항 직원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다가 병이 나면서 자선기관의 도움을 받아 파리에서 살고 있다.
공항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꽤 있다. 흥행에 가장 성공한 것은 LA공항에서 테러범과 싸우는 줄거리의 '다이하드 2'(1990년)다. 미국 공항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는 '인 디 에어'(2009년)다.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이 주인공이다. 미국 공항의 다양한 풍경과 캐리어를 잘 꾸리는 법, 신속하게 체크인하는 방법, 검색대를 빨리 통과하는 방법이 묘사돼 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이라면 공항에서 겪은 해프닝 한두 개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DC공항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늦게 가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치기도 했고, 버팔로공항에서 고압적인 백인 직원에게 짐 수색을 당한, 황당한 기억도 있다. 공항은 멀리 여행을 떠나는 설렘과 돌아오는 아쉬움, 기다림과 헤어짐이 교차하는 장소다.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오가는 곳이기에 추억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항공 여행이 일상화된 요즘, 가깝고 편리한 곳에 공항이 있어야 한다. 서너 달 동안 지역민은 영남권 신공항, 대구공항'K2 통합이전 등 공항 문제로 울고 웃었다. 지역민은 언제쯤 제대로 된 지역 공항에서 외국과 소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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