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북후면과 영주 평은면을 관통하는 철도 중앙선의 학가산 터널이 곳곳에 금이 간 데다 물이 새는 바람에 터널 안 콘크리트 바닥에 물이 고여 붕괴 우려를 낳고 있다. 코레일 측도 터널 안 누수와 균열 문제를 인정하고 보수공사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작 현장 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자세한 자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코레일 측의 반응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지적된 학가산 터널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길이가 무려 6.0㎞에 이르는 터널에 제대로 된 환기 시설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철도시설공단이 843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11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공사를 하면서 환기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탓이다. 공단이 터널 입출구의 고도 차이를 이용한 자연 환풍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시설공단 측은 코레일 측이 철도종합시험운행 시행 지침에 따라 두 차례나 제기한 환기 시설 설치 요청까지도 거부했다. 지금껏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시설공단의 행정에 적잖은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공단의 자연 환기 고집은 지금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열차 운행으로 생기는 연기와 분진을 고스란히 철도 이용 승객이 마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매일 터널을 이용하는 열차는 무궁화열차 24회를 비롯해 화물열차까지 포함해 왕복 64회에 이른다. 코레일 측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일일 무궁화열차 승객만도 4천 명 안팎이다. 열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까지 4분 정도 승객들은 터널에 머물며 디젤열차 연기와 철로변의 분진을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는 꼴이다. 이는 2020년 전기열차로 대체될 때까지 계속된다. 아예 승객을 무시한 배짱이다.
게다가 학가산 터널에서 영주시 평은면 평은교에 이르는 터널 밖 50m 구간의 불안정한 지반도 근심거리다. 이 구간은 최근 두 차례나 지반침하로 보수했으나 지반 불안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반침하는 열차 탈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바로 터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 다른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수와 균열 현장을 숨기고 보수공사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을 위한 종합 점검이 필요한 까닭이다. 터널 내 승객 대피로와 사고 대비 장비가 있다지만 환기가 제대로 안 되면 무용지물이 될 것은 자명하다. 철도 당국의 발 빠른 대처가 절실하다. 최우선인 승객 안전은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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