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남중국해 분쟁 '글로벌 新냉전'

입력 2016-07-10 19:44:14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미국 등 서방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신냉전'의 주요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이 발표된 데 이어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판결한다. 유럽에도 신냉전의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긴장이 커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러시아의 관계는 양측의 군비경쟁 속에 냉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흐르고 있다.

◆中'러,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발

한미 양국은 한반도 배치 사드가 북한을 겨냥한 것이며 방어용이라고 강조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적용 및 레이더 탐지 범위가 한반도 방어 수요를 넘어 중국'러시아를 향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

중'러 양국이 사드에 대응해 자국 동부와 동북지방에 군사력 재배치 등 군사적 대응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듯한 발언도 전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가 사드 레이더를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미사일 배치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의 사드 1개 포대가 가진 요격 미사일 방어능력인 48기를 넘어선 미사일 전력이 한반도를 겨냥토록 하리라는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반도 사드 발표 직후 러시아 상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예브게니 세레브렌니코프는 "미사일 부대는 한국 내 미군 사드 기지까지를 고려해 어디든 배치될 수 있다"며 "(극동지역의) 쿠릴열도의 군사 인프라 재건계획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밝혔다.

사드 한반도 배치를 빌미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대오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중, 남중국해서 '힘겨루기'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강조한다면 미국은 전략적인 거점인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대립하고 있다.

특히 12일 나올 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은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것이지만, 일찌감치 주요 2개국(G2) 미중의 힘겨루기로 바뀌었다.

판결이 자국에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중국은 이미 어떤 판결이든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지난 5일부터 판결 전날까지 일정으로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 군도)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지난달 말 남중국해와 가까운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태평양함대 소속 '존 C 스테니스'와 '로널드 레이건' 등 항공모함 2척을 동원해 공중방어 및 해상 정찰 작전을 펼치는 등 맞불을 놓았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해역에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선포하거나, 미국은 중국이 건설 중인 인공섬 등에 전함 등을 보내 12해리 이내까지 접근하는 '항행의 자유'를 계속 주장해 양국이 '강 대 강' 대립을 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과 연계하고 일본과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 포위'에 나섰고, 중국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꾀하고 있다.

중'러 언론에 따르면 양국 간 '해상연합-2016' 훈련이 9월 중 남중국해 해역에서 진행되며, 러시아 태평양함대에서 4척, 중국 해군에서는 더 많은 함정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동유럽에 냉전 이후 최대 파병

나토는 8, 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 러시아 접경 4개국에 4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다.

대대별 각 1천 명 이상씩 총 4천∼5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보내는 것으로, 이는 냉전 이후 나토의 최대 규모 파병이다.

미국이 폴란드에 1천 명을 보내고, 영국은 650명, 독일은 500명의 병력을 보낼 계획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파병은)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은 전체 나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크 총장은 9일 "러시아는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도 아니지만 냉전 상황도 아니다"라면서도 러시아 문제에 있어 나토 회원국이 단합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토의 파병 결정이 알려지자 알렉산더 그루시코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는 영국BBC에 나토의 움직임을 "새로운 철의 장막"을 세우는 것에 비유하며 "대립의 소용돌이를 부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나토는 냉전을 '뜨거운 전쟁'으로 악화시키려는 준비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온 모든 말들은 거의 러시아에 선전포고하고 싶다는 바람의 표시"라며 "방어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공격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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