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년째에 접어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놓고 논란이 숙지지 않고 있다. 소논문 작성과 입시 전문가 컨설팅에 수백만원이 든다는 등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꼰다. 부모의 재력과 지위에 따라 학생의 스펙이 만들어지고 대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공부만 하면 되는 예전 수능 시절로 돌아가자고 주장한다.
학종에 대한 흔들기는 지난봄 총선 때 정치권의 어젠다로 등장했고, 여기엔 정시 축소로 입지를 잃은 사교육 업체들까지 교묘하게 가세했다. 급기야 최근 대학과 고교는 연계 포럼을 열고 "학종이 수능과 논술보다 공평하다"며 옹호에 나섰다. 이런 논란은 입시를 향한 시각이 어떠하냐에서 출발했다. '공정한 입시'와 '공평한 입시' 사이에서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 될 수도 개천에서 용 나게 하는 전형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학종은 대단한 '고비용 전형'이다. 입학사정관과 학과 교수들을 교육시켜 수많은 지원자의 서류를 살펴보고 면접평가를 통해 대학에 맞는 학생을 선발한다.
수능 성적만으로 입학 줄을 세우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서류를 종합적으로 보는 정성평가다. 학업 역량 성장이 수업 속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이루어졌고, 동아리'봉사'독서 등의 교내 활동과 조화를 살피는 것이 학종의 주요 전형 요소다.
교사들은 학종이 교육과정 다양화를 가져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과거 학력고사 시대나 수능 정시모집 시절로 거슬러 가보자. 학생들은 수능 과목에만 올인하고 사교육 의존이 극심했었다. 여기서 도태되면 공부를 포기하고 학교는 잠자는 곳으로 전락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교실 붕괴를 걱정했다.
그러다가 학종이 수시모집의 대세로 굳어지면서 학생들도 학생부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여기에 맞는 학습을 찾아서 하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실제로 잠자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수업을 하는 교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문제는 학생부에 담기는 내용이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교사들의 열정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은 학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꼽는다. '담임 잘 만나야 대학 간다'는 말도 학생들 사이에서 이러한 격차가 상존한다는 점을 은유한다. 학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불안감을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다.
또 학교와 교사들의 학종에 대한 인식 전환이 더딘 점도 문제다. 대부분 학교는 아직도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 의존하고 있다. 수업에서 발표와 토론, 프로젝트 과제 등 학생 중심의 활동이 늘어야 교사도 관찰할 내용이 생기고 학생부에 그 과정을 기록할 수 있다. 매일신문이 '학교 교육의 미래, 수업 개선에 달렸다' 시리즈를 연재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수시 대비를 못한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잘하는 학교를 소개하고 칭찬함으로써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자각하고 변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기획물이다.
비단 학종이 아니더라도 고교 현장에서 교실 수업이 바뀌어야 하는 당위성은 또 있다. 현재 초'중학교에서 협력학습 등 학생 참여 수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고, 자유학기제를 통해 길러진 학생의 능동성이 고교에 와서 확장되지 못하고 단절된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와 교사들의 역할이 힘들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학종 때문에 입시의 주도권이 학교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교권이 무너진다고 푸념과 한탄을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권한이 주어진 적이 있었던가? 이제 잠자는 학교가 깨어나고, 교사들이 분발해서 답을 할 차례다. 1.0 수준의 내신에도 학생부는 10쪽도 안 되는 고3이 있다는 사실은 학교와 교사의 직무유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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