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사드 배치' 결사 반대] 대구경북에 줄 선물 보따리가 고작 '혐오시설'?

입력 2016-07-05 19:37:31

사드를 경북 칠곡군에 배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칠곡군민은 물론, 대구경북 전체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신공항을 무산시킨 중앙정부가 혐오시설만 떠안기려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5일 오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칠곡군과 칠곡군의회.
사드를 경북 칠곡군에 배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칠곡군민은 물론, 대구경북 전체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신공항을 무산시킨 중앙정부가 혐오시설만 떠안기려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5일 오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칠곡군과 칠곡군의회.

250만 명이 사는 대구와 울타리를 맞대고 있어 사실상 대구권이라 할 수 있는 칠곡군에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가 배치될 것이란 말이 퍼지면서 칠곡은 물론, 대구경북 전체 지역민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민들의 10년 열망이었던 신공항을 허락하지 않은 정부가 또 다른 혐오시설을 대구경북에 떠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지에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소재지인 대구경북은 사드까지 안겨주려는 박근혜정부에 대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자파 악영향 불 보듯

사드가 칠곡군에 배치될 경우 칠곡군 대부분 지역은 물론 대구 북부권도 전자파로 인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드의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파는 위험 반경이 최대 5.5㎞에 달해 미군부대가 있는 왜관읍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직접적으로 왜관읍 전역과 지천'기산'약목면'석적읍 전부가 영향권에 들게 된다. 이들 5개 읍'면에는 칠곡군 전체 인구의 71%인 8만6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모든 레이더에서 발생한 전자파는 가까운 거리에서 일정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쬐면 인체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의 엑스밴드 레이더는 마하 7~8(음속의 7~8배)의 미사일을 탐지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송수신 소자 2만5천 개에서 강력한 출력의 극초단파를 뿜어낸다.

강력한 전자파를 쏘기 때문에 인체에 더 유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100m 내에서는 인체에 화상을 입히는 등 직접적 피해를 준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대구시민들의 피해도 불가피해 사드가 왜관 캠프캐럴에 들어오면 대구의 대단위 택지지구인 북구 강북지역이 직접 피해 지역에 들어온다. 북구 강북지역은 왜관에서 직선거리 15㎞ 이내다.

◆대구권 도시계획 엉망될 판

행정타운 건설 등 대구권인 칠곡군의 도시계획은 당장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칠곡군은 칠곡종합운동장이 자리 잡고 있는 왜관읍 아곡리와 매원리 일원에 종합행정타운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사드가 배치되면 전면 백지화가 불가피하다.

땅값 하락 등 경제적 타격도 심각할 전망이다. 왜관읍 한 공인중개사는 "사드가 배치되고 전자파 영향을 받는 지역의 땅에 누가 살려고 하겠나.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드가 왜관읍 내에 배치된다면 이로 인해 칠곡 군민 등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는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왜관읍 한 주민은 "박근혜정부는 달라는 신공항은 10년을 끌다가 무산시켜 놓고 사드만 떠넘기려 하고 있다. 이것이 엄청난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민들에 대한 보답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종춘 경북과학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사드가 왜관에 배치되면 왜관읍은 둘로 쪼개지는 비극을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칠곡에 사드가 온다면 과연 어디?

사드 배치에 필요한 면적은 11만2천여㎡인데, 작전기지의 역할을 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

칠곡 배치가 확정된다면 미군부대 캠프캐럴 내와 부대 인근의 자고산 정상, 왜관읍 봉계리 좌봉산 정상, 가산면 유학산 정상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의한 폐해를 아는 미군 당국이 자국 군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부대 내에 설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자고산의 경우, 산 정상을 깎는다 해도 필요한 넓이의 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고, 왜관읍 도심과 매우 근접해 있어 주민 반발 등으로 선정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봉계리 좌봉산 정상은 캠프캐럴과 비교적 거리가 가까워 관리가 쉽고, 도심과는 상대적으로 멀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부동전투 지역인 유학산은 전자파 피해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역이지만 캠프캐럴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 미군 당국이 관리 부문의 어려움 탓에 꺼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칠곡군의회 A의원은 "며칠 전부터 헬기가 왜관읍 상공을 많이 선회했는데, 사드 배치 지역 물색을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 왜관읍 지역을 집중적으로 관찰한 것으로 미뤄 봉계리 좌봉산 정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말했다.

◆국방부 뒤늦게 전면 부인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시기와 지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5일 공식 발표했다.

배치 시기와 지역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이 동요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미 양국은 공동의 인식 아래 이미 합의된 절차에 따라 공동실무단 결과를 토대로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배치 시기와 지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강연 등을 통해 남한 내 사드 배치의 이점을 역설했던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이날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만나 사드 배치를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사드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로즈 차관보는 사드 관련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않지만 종종 사드 관련 언급을 한 인사로 제2차 한미 우주정책대화를 위해 지난 2일부터 방한 중이다.

◆사드는 어떤 시설?

사드는 발사대 6기(1기당 8개 미사일 탑재)와 레이더 및 통제, 통신장비 등으로 1개 포대가 구성된다. 이 가운데 사드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AN/TPY-2 레이더는 위상배열레이더로, 2만5천여 개의 조그만 송수신기를 한 개의 평면에 정렬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AN/TPY-2 레이더는 2가지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종말단계방식은 약 1천㎞에서 상승 중인 탄도미사일을 감지해 600여㎞에서 낙하하는 미사일을 정확히 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진배치방식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발사를 사전에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최대 탐지거리가 1천800~2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BX-T로 불리기도 하며, 이스라엘과 터키 그리고 일본에 배치돼 있다.

사드는 지난 2008년부터 미 육군에 배치됐다. 현재 3개 포대가 미 육군에 배치돼 있으며, 향후 3개 포대가 추가될 예정이다. 사드는 패트리엇과 함께 탄도미사일의 종말단계(목표물로 떨어지는 단계)에서 2중의 방어체계를 형성하게 된다. 사드가 100㎞ 이상의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먼저 요격하고, 마지막으로 패트리엇이 10~20㎞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다시 한 번 요격하는 것이다.

한국에 배치될 사드 부대의 규모는 작전기지 성격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제2미군기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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