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장외 경륜장 논란] 상인 "지역경기 살릴 시설" vs 시민 "청소년 거리에 안

입력 2016-07-05 18:50:44

장외 경륜장 유치가 추진되고 있는 포항 중앙상가 내 \
장외 경륜장 유치가 추진되고 있는 포항 중앙상가 내 \'별밤지기\' 건물. 중간에 작은 사진은 창원경륜공단 경륜장 경기 장면. 창원경륜공단 제공

장외 경륜장은 경륜 선수에게 돈을 걸고 승자를 맞히면 수익을 내는 사행성 시설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런 시설이 포항 중심, 그것도 학생 문화시설 주변에 들어설 계획이어서 학부모'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하지만, 중앙상가 상인 등은 장외 경륜장이 정부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 아래 있어 건전한 레저 스포츠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역 경기가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시점에서 장외 경륜장이 경기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현명한 해결책이 요구된다.

◆포항 구도심에 장외 경륜장 유치

중앙상가 상인들은 상인들의 소득 증대와 함께 지방재정 확충'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며 장외 경륜장 개설에 발 벗고 나섰다. 경륜장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건물은 북구 상원동 '별밤지기 타워'로 전체면적 4천785㎡이며, 경륜'경정 장외 발매소 등 용도로 사용될 계획이다. 시설은 주 3일(금'토'일) 운영하며, 하루 경주 수는 18회로 가닥이 잡혔다. 경주가 없는 날에도 시설을 시민들에게 개방해 '시민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사업 주체인 창원경륜공단 관계자가 건물 후보지를 답사했고, 9월에는 포항시 등 관계기관이 창원을 방문해 장외 경륜장 개설을 두고 현지 시설을 살펴봤다. 이어 중앙상가 상인 등도 창원'김해 등 경륜장 시설을 직접 둘러봤으며, 올 들어 지난 1월 지역민 68명이 자리한 '포항 주민설명회'도 열렸다.

지난 5월에는 시가 '㈜해동기술개발공사'에 교통영향분석을 의뢰, 차량 정체 등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와 주변 주차장 활용 방안 등 검토를 끝냈다. 하지만, 지난달 건물주가 건물 용도를 기존 '근린생활시설'에서 경륜장 장외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문화 및 집회시설'로 변경하던 중 유치 반대 여론에 막혀 현재는 사실상 사업 표류 상태이며 표류가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지역 경제 살리려면 반드시 유치해야"

장외 경륜장에 대해 중앙상가 상인들을 중심으로 유치 찬성 여론이 형성됐다. 찬성 여론은 '위기에 처한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해 장외 경륜장이 반드시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상가 등에 따르면 중앙상가는 이달 기준으로 빈 점포가 전체 점포의 20%인 110곳에 달한다. 계속해서 지역 경제가 힘들어지고 있기에 빈 점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완전개통되면 대형백화점이나 상권으로 소비자들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빨대 효과'도 겹쳐 중앙상가 상인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상가 상인들은 사람의 발길을 그러모으려면 '문화'놀이'볼거리'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 쇼핑공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장외 경륜장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즉 경주'울산'대구 등에서 장외 경륜장을 찾고자 사람들이 몰려들면 음식'주차'운송'숙박 관련 업소의 수익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외 경륜장 유치위원회 관계자는 "레저 스포츠인 장외 경륜장은 중앙동 상권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하나의 지름길"이라며 "문화의 거리에 있는 '창원경륜공단 포항 장외 발매소'는 경륜장이 아닌 문화센터로 보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권' 지켜져야"

장외 경륜장 유치 반대 여론은 시민단체 중심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는 분위기다. 포항YMCA는 성명을 통해 "중앙상가 일대는 교육문화시설이 있는 청소년의 거리"라며 "사행성 사업이 들어서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유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 단체는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를 늘리고 있으며, 뜻에 동참한 단체들과 조만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또 포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역시 유치 반대에 나서 "50여 명의 일자리와 11억원의 포항 세수 증대, 중앙상가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서민경제 파탄과 가정불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학부모 등과 함께 반대 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다 포항경실련도 힘을 보탰다. 포항경실련은 "돈 되는 일이라면 사회적 문제로 인식돼온 도박산업이라도 유치해 지방세수를 확보하고 싶은 꼼수"라며 "지역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돈을 벌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포항시에 대해서도 "포항 전체 상인들이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데 유독 중앙상가만 챙기는 이상한 행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시민단체는 또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곳이 중앙상가만이 아니다. 정말 그 시설이 지역에 필요하다면 낙후지역에 사업을 추진해 균형발전을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중앙상가에 사행성 시설이 들어서는 것만큼은 반드시 막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갈등'분열 막는 방안 찾아야

갈등이 점차 커지면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포항시는 어떨까? 시는 아직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앞으로 '찬'반' 갈림길에서 한쪽 손을 들어줘야 하기에 고민이 어느 때보다 깊다. 우선, 시는 유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 5월 건물 용도 변경 허가 절차를 멈췄다. 현재는 중앙상가 측 자료를 기반으로 한 '포항 경륜장 장외 매장 사업계획' 보고서를 만들고 사업 전반을 다시 훑어보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이 사안을 포항시의회에 보고했으며, 날짜를 잡아 '주민 공청회'를 열고 주민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유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판단하든 불쏘시개가 될 여지는 충분하다. 더욱이 최근 시 관계자는 "포항에 장외 경륜장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타 지역에 빼앗기고 말 것"이라고 말하는 등 한쪽에 치우친 발언을 하기도 해 반대 측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포항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관계자는 "포항시가 찬반 갈등으로 지역민들이 분열되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에 충실해야 하며,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중앙상가 상인들의 처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학생들을 위해선 경륜장 시설을 용납할 수 없다. 지역 시민단체 연대가 꾸려지고 있고,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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