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지금 영국이 EU와의 동행을 접고, 독자적 길을 나서는 브렉시트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브렉시트의 가장 큰 이유가 가난과 테러의 위협을 안고 표류하는 난민을 거부하는 반이민 정서라고 하니, 고향을 떠나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반평생을 살아온 나는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과연 이 미국 땅에서 어떤 이민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한인 자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디에 두고 있을까? 이곳에서 한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혼자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본다.
매년 7월이 되면 남편과 나는 뉴욕주에 있는 스킬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열리는 미주 캄보디아인 캠프를 도와주기 위해서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초기 캄보디아 이민자들은 주로 40여 년 전 캄보디아 땅을 죽음의 공포로 뒤덮은 킬링필드 대학살 때 탈출한 난민들이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이곳에 모여서 이민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고 돌아간다.
남편과 나는 캄보디아 어른들이 모처럼 고향 사람들을 만나 회포를 푸는 동안, 그들의 자녀들을 돌보는 영어권 사역을 한다. 우리의 역할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재미있게 놀아 주는 것이다.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도 미국 땅에서 이민자로 살고 있기에, 우리의 재능으로 한인들보다 훨씬 열악한 캄보디아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
이 캠프 활동을 하면서 많은 미국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의 희생과 나눔의 정신은 놀라웠다. 소수 민족인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곳에 캠프장 부지를 처음 구입했을 때, 이 지역 사람들은 물론 타 지역 사람들까지 캠프장 건립에 힘을 모았다. 모두가 하나 되어 터를 닦고, 전기와 상하수도 공사를 하고, 간이 건물 건축을 도와주었다. 매년 캠프기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먼 곳에서 오는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약한 자들을 위한 이들의 조건 없는 베풂을 보면서 이것이 미국을 최강대국으로 만든 진정한 원동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강대국을 꿈꾸고 있는 국가들은 알아야 한다. 진정한 강자는 약자를 내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약자를 안아줄 수 있는 희생을 감수하는 사랑과 큰 아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는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소원하게 만들게 된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 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각박한 협상에 등을 돌리게 될 많은 우방들, 그리고 홀로서기의 외로움과 위험성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EU 정상모임 후,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 절차에 있어서, 영국의 이기심만 채우게 하는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또한 지금의 미국은 어떠한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여부를 떠나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역시 더욱 강화될 분위기이다.
한국 역시 시리아 난민들처럼 어려운 때 세계인들로부터 동정과 지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 나라가 이제는 도움을 주는 국가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하지만 국력에 비해 지원의 양과 질이 모자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호주머니를 털어 도와야 할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고, 난민들에 대한 편협된 시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위험한 홀로서기와 트럼프 돌풍을 보면서 한국이 진정한 강대국이 되려면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가를 먼 이국 땅에서 생각해본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