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방폐장·원전, 혐오시설 다 맡겨놓고 "쭉정이 취급하다니…"

입력 2016-06-21 20:49:13

국내 원전 절반 받고도 연구시설 하나 없어 "결국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난 여론

2011년 3월 31일 자 본지 1면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했었고 매일신문은
2011년 3월 31일 자 본지 1면이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했었고 매일신문은 '지방은 죽었다'로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도 또다시 이명박정부와 같은 길을 갔다.
대구 달성군민들은 신공항 무산과 관련, 부산권의 극렬한 반대로 날려버린 위천국가산업단지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부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구 위천산단 예정지에서 가졌던 \
대구 달성군민들은 신공항 무산과 관련, 부산권의 극렬한 반대로 날려버린 위천국가산업단지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부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대구 위천산단 예정지에서 가졌던 \'낙동강 모의 영결식\'모습. 매일신문 DB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아예 없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원자력발전소에다,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등 혐오시설을 죄다 끌어안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신공항 무산에 앞서 수도권 언론들은 '지역 이기주의에 나라가 흔들린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신공항 입지 논란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특정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대표적인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PIMFY·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역에 유치하겠다) 현상으로 꼽혔다. 그러면서 '선호시설 유치 땐 혐오시설도 떠안게 하자'는 논리까지 수도권 언론들은 잇따라 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대구경북은 되레 혐오시설은 떠안았지만 선호시설 유치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에 쌓아놓고 발전을 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이 있는 데다 수십 년간 중앙정부의 골칫덩이였던 중저준위 방폐장까지 받았지만 제대로 된 국책 원자력 연구개발 시설 하나 없는 '쭉정이 신세'가 바로 대구경북이다.

경주는 지난 2005년 중'저준위(원전 정비 과정에서 사용한 덧신이나 장갑, 작업복 등) 방폐장 시설을 받았다. 애초 중앙정부가 1986년부터 건설 계획을 추진했지만 입지로 거론되는 곳마다 격렬한 주민 반대가 나타나면서 무려 19년간 입지 확정이 번번이 무산, 결국 경주가 받아낸 것이다.

경북은 국내 최대 혐오시설을 받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가 약속했던 지원 사업조차 지난 11년간 헛바퀴를 돌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정부가 약속한 55개 지원 사업의 이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도 경북에 가장 많다. 다른 지자체가 혐오시설이라며 원전 반대를 외치는 사이 경북은 국내 원전 24기 가운데 경주'울진에 각 6기씩, 모두 12기를 끌어안았다. 2030년까지 영덕 2기, 울진 4기가 또 들어선다.

이에 반해 수도권은 원자력발전소가 없으면서도 한국 전체 전력의 38%를 소비하고 있다. 원자력 혐오시설은 대구경북에 몰려 있는 반면 연구기관과 병원 등 알짜배기 소프트웨어 인프라는 수도권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마저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단순한 실망감을 넘어 '대구경북에 대한 철저한 기만 사기극'이라며 격분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신공항을 지으려면 혐오시설을 떠안으라는 수도권 논리는 어처구니가 없다. 대구경북 500만 인구에 원자력발전소는 12개나 생겼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신공항 무산의 이면에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수도권의 일방적 논리에 휘말린 정부가 있다. 대구경북은 언제까지 희생만 강요당해야 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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