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정·홍만표 변호사 전관예우 사건
검찰'법조계 민낯 적나라하게 드러나
지위 이용한 권력자 부정부패 저질러
자리보다 사람 먼저 보고 감시해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오랜 세월을 통해 경험적 진리를 담고 있는 속담도 시간이 지나면 그 뜻이 바뀌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 뜻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이 속담은 한편으로 사람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드러낸다는 뜻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 책임 있는 자리에 올라서게 되면 그 자리의 무게와 책임감으로 사람이 성장하여 결국엔 그 자리에 부합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우리가 누구인가'를 드러내는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든다면 환영할 일이다. 사람들은 행위하고 말하면서 자신을 보여주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고유한 인격과 정체성을 드러낸다. 어떤 사람이 '자리를 맡는 순간' 그는 갑자기 세상에 출현한다. 자리를 맡기 전의 그는 별로 눈에 띄지도 않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그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성품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이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공적 인물'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경청하게 되고, 그가 어떤 행위를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본다. 그가 자신의 자리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책임감 있게 소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리가 사람을 만든 것임에 틀림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공인을 만나는 것은 즐겁고 유쾌한 일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리를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에서 그는 자신의 본문을 다한다. 여기서 우리는 그를 성숙시키는 것이 세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책임의식(responsibility), 능력(capability), 그리고 헌신(commitment). 자신의 자리에 주어진 책무를 열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능력을 계발하도록 만드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책임의식'이다. 이처럼 사람을 만드는 것은 자리와 밀접한 RCC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최유정, 홍만표 변호사 전관예우 사건을 보라. 홍만표 변호사가 검사장에서 공직을 떠나던 해인 2011년 신고한 재산은 13억원이었다고 하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오피스텔만 123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인격이 행위를 통해 드러나듯이 이 사건을 통해 우리 검찰과 법조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것이 정녕 전관예우 사건이라면, 전관과 현관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사법계가 총체적으로 썩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 강렬한 의심이 든다. 사람을 만드는 자리는 대부분 '권력의 자리'다. 사람을 만드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권력'과 이를 수반하는 '책임감'이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면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똑같이 영리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그다지 나쁜 사람들도 아니다. 오히려 교양도 있고, 친절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책임감' 없이 단지 '힘'과 '권력'만을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람을 망치는 자리에는 권력(power), 집중(concentration), 그리고 부패(corruption)의 PCC가 있다.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자리와 결부된 권력을 집중적으로 휘두르다 보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힘 있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차지한 자리를 이용하여 저지르는 부정부패를 근절하려면 우리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리를 보지 말고 사람을 먼저 봐야 한다.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고 자동적으로 능력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비로소 보여주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책임감 있는지 없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한 사람이 높은 자리를 오래 차지하면 할수록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자리를 만드는 것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 '자리가 사람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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