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행복한 가시방석

입력 2016-06-15 20:51:52

'앉은 자리가/꽃자리니라/네가 시방/가시방석처럼 여기는/너의 앉은 그 자리가/바로 꽃자리니라'. 경부선 칠곡 왜관역 앞 광장에는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가 있다. 시인은 가시방석 같은 자리도 꽃자리가 될 수 있음을 읊었다. 세상 삶과 일, 자리가 불만스럽더라도 생각 나름이기 때문이라고 본 까닭이리라. 시는 불교 이야기처럼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와도 같은 맥락이다.

2003년부터 뉴질랜드에서 선교 활동을 마치고 올해 4월 귀국한 경북 칠곡 망월사 주지 동진 스님이 최근 펴낸 '행복한 사람' 이야기도 비슷하다. '행복한 사람은…일이 생기면 기회가 주어졌다고 좋아하고, 고독하면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건강하면 일을 할 수 있다고 좋아하고, 병이 들면 조용히 쉴 수 있다고 좋아한다…재난을 만나면 나를 단련시키고 마음을 비우게 해준 은덕에 고마워한다. 봉사할 일이 생기면 이웃을 돕고 기쁨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한 명 사귀면 만남의 길이 열렸다고 좋아한다. 이런 사람이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이런 삶을 추구하는 한 직장인이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윤원기(53) 차장이다. 1989년 입사 뒤 2002년부터 대전 본사를 떠나 지방 근무 중이다. 전북 부안, 전주, 경북 구미, 경남 거제를 거쳐 2012년부터 청송에서 일한다. 대전이 고향인 그는 직장 생활의 절반이 넘는 삶을 타향에서 보내는 셈이다. 특이한 일은 근무지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다. 2002년부터 내놓은 근무지와 관련한 여러 책과 기록물이 좋은 증거다.

청송 이야기를 담아 지난주 나온 '청송처럼'도 그렇다. 힘들고 외로운, 어쩌면 가시방석 같을 타향살이 직장인의 낯선 눈으로 살피고 체험으로 얻은 결과물이다. 특히 그는 369권을 출향인과 귀농'귀촌인, 다문화가정 등에게 배포해 청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청송군에 기증도 했다. 자신이 머문 곳의 역사와 산천에 얽힌 사연을 모아 기록하고 홍보까지 하기에 그의 활동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앉은 자리는 '행복한 가시방석'임이 분명하다.

지금 이전 공공기관의 많은 직장인이 낯선 대구경북에 근무 중이다. 그들 눈에 비친 대구경북의 모습은 어떨까? 윤 차장처럼 새 근무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담은 이야기와 기록물이 많이 세상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구경북을 더 잘 알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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