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병폐(兵弊)

입력 2016-06-08 20:41:39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처구니없는 설화(舌禍)를 불렀다. 방위산업 비리를 추궁하는 여야 의원 질문에 "생계형 비리"라고 표현한 것이 발단이다. 과거 드러난 방산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이었다면 지금은 몇몇 실무자들이 술과 밥을 얻어먹고 금품을 받은 사례가 많아 생계형, 권한형 비리 성격이 강하다고 발언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은 것이다.

한마디로 한 장관의 발언은 가당치 않다. 혈세로 봉급'연금을 받는 전'현직 군 간부가 역전 지게꾼도 아니고 생계형이라니 장관 스스로 매를 번 것이다. 결국 사과하고 말실수로 마무리됐지만 방산 비리에 대한 여론은 더욱 나빠졌다.

정부 합동수사단이 발표한 방산 비리 사업 규모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해군이 8천402억원, 공군 1천344억원, 육군 45억원, 방위사업청 18억원 등 모두 9천809억원이다. 드러난 것만 1조원에 이르고 비리가 얼마나 더 있는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인원도 장성 10명을 포함해 모두 38명이다.

2014년 해군의 엉터리 음파 탐지기 도입 등으로 파문이 커지자 당시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군(軍)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방산 비리에 이적죄를 적용해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도록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더민주가 바톤을 받았다. 20대 국회 정책위 첫 법안으로 방산 비리를 이적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군사상의 이익을 해하거나 적에게 군사상 이익을 제공한 사람 등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현행 군 형법 14조(일반이적죄)에 '국가 방위산업에 피해를 일으킨 사람과 업체'를 보탤 계획인데 죄질에 따라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다.

더민주의 당론은 '사형제 폐지'다. 그럼에도 이적죄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방산 비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소리다. 4'13 총선 때 내건 방산 비리 근절 공약을 지키는 수순이든 안보 색깔론을 피해가려는 정치적 노림수든 상관없다. 어떻게 해석하든 모두 말 붙이기 나름이어서다.

중요한 것은 방산 비리 규모가 크든 작든 국민 안전과 국가 안위를 뒤흔드는 중대한 이적 행위라는 점이다. 더 이상 국민 억장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20대 국회는 반드시 법을 바꾸고 범법자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삭탈관직으로는 모자란다는 게 국민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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