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인 사업비 10억원 다 사용…다른 시설 '0', 유령공원으로
"1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자웅암 테마공원에 주차장만 덩그러니 닦여져 있고 다른 시설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주차장에 차 한 대 서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자웅암을 찾는 사람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 얘기입니다. 10억원이라는 돈이 적은 규모가 아닌데 이렇게 막 써버려도 되는지 다른 동네 사람들이 물어보면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주말이었던 지난 4일 안동 와룡면 태리 합강삼거리 앞으로 흐르는 외야천을 사이에 두고 만들어진 자웅암(雌雄岩) 테마공원. 주차장에서 만난 이 동네 주민은 10억원짜리 공원 이야기를 하며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곳은 예부터 아들 없는 부녀자들이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기자속'(祈子俗) 전설이 전해온다. 외야천을 사이에 두고 산자락에는 '아들바위'가, 반대편으로는 '치마바위'가 절벽처럼 형성돼 있다. 치마바위 오른편 계곡 자락에는 '자궁바위'가 있다.
안동시는 이곳 지형'지물을 관광자원화하겠다며 2012년부터 예산 70억원을 마련, 이 일대를 산책'휴식공간으로 만든 뒤 관광객 유치에 나서려 했다. 하지만 사업 타당성 부족 판정을 받아 국'도비 예산이 깎이면서 사업비는 1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10억원으로는 제대로 된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안동시는 예산 마련도 되기 전에 이미 3억여원을 들여 사업대상지 주변 일부 토지를 매입,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10억원으로 할 수 있는 토지의 활용방안은 주차장 조성밖에 없었다. 주차장을 만드는 데 7억원가량이 들어갔고 주차장 주변 도랑을 정비하는 등에 3억원가량이 사용됐다.
지난해 말까지 주차장 등을 닦고 나니 돈이 없어 당초 계획됐던 자웅암으로 이어지는 건널목과 산책로는 만들지도 못했다. 기도를 위해 찾아온 치성객은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른 시설 공사를 전혀 하지 못하다 보니 관광객이나 치성객 등은 사실상 전무하다.
앞으로도 주차장과 간이화장실 관리에 필요한 인건비와 전기료 등 연간 2천만원 이상 공원 유지비가 필요하다. 관광객 한 명 없는 공원을 관리하기 위해 매년 2천만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김은한 안동시의원은 "논과 밭을 사서 주차장만 만들어놨는데 이게 무슨 테마공원이냐. 사업을 벌여놓기만 하고 제대로 수습도 못 하는 상황에서 이미 들어간 사업비와 앞으로 매년 들어갈 유지비를 생각하면 시민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안동시 관계자는 "애초 사업계획은 주변 전체를 공원화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갑자기 예산이 줄어들어 이미 사놓은 부지를 활용할 방안이 주차장밖에 없었다"며 "유지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