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선비, 새마을… 나눔&울림
정부가 4대 국정 기조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융성' 실현의 열쇠는 '인문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숙한 선진국이 되고 국민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신적'문화적 토양을 풍성하게 일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며, 그 근간이 되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국민이 인문학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인문학적 자양분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경상북도 또한 신도청 시대를 선도할 인문 정신문화의 재발견과 확산을 통해 지역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북은 화랑, 선비, 새마을 등 한국 사상사의 주요 맥이 관통하는 지역이다. 다양한 정신문화 유산뿐 아니라 수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이에 경북도는 지역의 인물과 사상을 발굴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유교적 인문가치 재조명
경북도와 안동시는 지난달 27~29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을 진행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인문가치포럼의 목표는 유교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전통 가치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인문가치를 찾는 것이다.
올해 포럼은 '나눔과 울림'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전통 가치인 두레와 품앗이, 접빈객(接賓客) 문화 등을 통해 현대에는 희석된 인문가치의 참뜻을 되새기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모색했다.
이번 포럼은 딱딱한 인문학이 아니라 주민과 소통하는 인문학을 내걸었다. 영상, 책, 음악 등 대중매체 속의 다양한 나눔 사례를 소재로 북&뮤직 콘서트 , 토크 콘서트, 다큐 콘서트를 열었다. 또 지역의 나눔 봉사단체들이 준비한 사진전, 벼룩시장, 먹거리 한마당 등 나눔 박람회를 열어 포럼의 주제가 현장에서 직접 구현되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유교 정신문화의 본향인 안동에서 유교적 인문가치를 슬로건으로 열리는 '인문가치포럼'은 앞으로 동아시아의 문화 동질성을 찾고 문화공동체를 구현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특히 지역의 유무형 자산을 통해 실제 삶의 현장에서 인문적 가치로 대중과 소통하는 포럼으로 호응을 얻었다.
◆경북 인물 콘텐츠 발굴
예로부터 전국의 인물 중 반은 영남에서 나온다고 했다. 경상도, 특히 경북은 그만큼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학통을 바로 세운 위대한 학자 '퇴계 이황'과, 임진왜란을 극복한 명재상 '서애 류성룡'이 경북 출신이다. 충신과 효자, 열녀, 선비, 독립운동가에 이르기까지 경북 출신 인물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초개와 같이 몸을 던졌고, 학문과 예술 발전에 공헌했다.
이에 경북도는 지역의 인물과 사상을 발굴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계해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경북 소울 트레일(Soul Trail) 역사'사상 순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첫 성과물로 발간한 '경북 인물사전'은 신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경북을 빛낸 912명의 인물 이력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과거의 인물을 추모'기념하는 목적보다는 개별 전기나 소설, 영화, 드라마화 등을 통해 오늘날의 시점에서 문화 콘텐츠로 재활용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인물사전에 이어 경북 역사'사상 순례 사업의 2차 연도 사업으로 '인물기행' 책자 발간을 기획했다. 올해 12월 완성을 목표로 ▷북부권(안동 등 6개 시'군) ▷서부권(문경 등 6개 시'군) ▷동부권(포항 등 6개 시'군) ▷중부권(의성 등 5개 시'군)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한다. 사상과 업적 등에 대한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시'군별 2, 3명을 발굴해 시'군 문화원 또는 도서관 등에 배포하고, 다양한 인문학적 지식을 소개하는 관광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다.
◆동학 순례길 탐방 코스 개발
경북도는 인문학 관광 콘텐츠의 또 다른 아이템으로 '동학 순례길 탐방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대구경북 한뿌리 상생협력 과제의 하나로 지역 동학 역사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구경북은 동학의 정신이 꽃핀 곳이다.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1824~1864)는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과 경주 등에서 수도를 하고 동학을 일으킨 뒤 대구읍성 남문 밖 관덕정에서 처형당했다. 그의 목은 사흘간 남문 장대에 걸려 있었다. 최제우 사후 동학을 체계화하고, 저변을 다진 곳은 포항'영덕'영양'울진 등 경북 동북부 지역이다. 동학도가 중심이 된 최초의 동학농민혁명은 1871년 영해(영덕)에서 일어났다. 동학농민혁명 당시, 일본군과 최초로 접전을 벌인 곳은 예천이며 동학농민군의 투쟁이 본격적인 항일의병운동으로 번진 곳은 안동이다. 또 상주는 동학농민혁명 이후 '포스트 동학'을 재건하고 이끌어간 곳이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곳곳엔 동학 유적지가 즐비하다. 구미 선산관아(경북도 유형문화재 221호)는 1894년 당시 농민군이 점령했던 곳으로 현재 구미시 선산출장소가 들어서 있다. 안동향교는 1894년 당시 안동 유생들이 항일의병운동을 도모했던 곳이며, 경주시는 지난 2014년 7월 2천800여㎡에 걸쳐 최제우 생가의 안채와 사랑채 등을 복원한 바 있다. 현존하는 상주 동학교 및 교당(지방문화재 민속자료 120호)은 동학농민혁명 이후 동학의 행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유물이다. 경북도는 상주 동학교당에서 보관하고 있는 동학대전, 동학경전 발간물과 목판 등 289종 1천425점의 영남 동학 유물들을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 경우 ▷최제우가 순교한 관덕정 터 ▷최제우가 수감돼 있던 경상감영공원 ▷최제우 순교 100주년을 맞아 달성공원 내에 세운 동상 등이 남아 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은 정신문화의 본향으로서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 발전과 민족 역사의 중심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며 "신도청 시대를 맞아 다양한 인문 정신문화 진흥을 통해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문화융성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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