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만 늦게 왔다면, 1m만 비켜 걸었다면' 곡성 공무원 추모

입력 2016-06-02 19:33:22

 "1분만 늦게 왔더라면,1m만 비켜 걸었다면…"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덮치는불의의 사고로 숨진 전남 곡성군 공무원 양 모(38) 주무관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아들의 자살 여파로 숨진 공무원 유가족에게 사과하기 위해 자살한 공시생의 가족도 자식이자 동생을 잃은 슬픔을 잠시 억누르고 빈소를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만삭의 아내와 5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가장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에 지자체와경찰이 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 "죄송합니다" 투신 공시생 가족,피해 공무원 유가족 찾아 사과2일 전남 곡성군에 따르면 빈소가 마련된 전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에 20층에서 뛰어내렸다가 양 주무관을 덮쳐 숨지기 한 공시생의 아버지와 친형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빈소 옆 가족 공간에서 양 주무관의 가족을 만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다시 유가족을 마주하는 공시생의 가족과 날벼락 같은 사고로 한 집안의 가장을 잃은 공무원 가족의 불편한 만남은 보는 이들의 눈에눈물이 맺히게 했다.

 양 주무관의 유가족은 오는 3일 장례를 마치고,공시생 가족을 정식으로 만나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예정이다.

 양 주무관의 유족은 "공시생의 가족도 어렵게 사는 것으로 안다"며 "그들도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크겠느냐,보상은 바라지도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면그걸로 됐다"고 말했다고 곡성군 관계자는 전했다.

 빈소에는 이틀째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전 양 주무관의 사고 소식을 듣고 자택에서 대성통곡했다는 유근기 곡성군수는 정례조례·직원교육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빈소를 지키고 있다.

 빈소에는 국무총리,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보낸 조화와 전남도지사와 국회의원이 보낸 조기가 양 주무관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본인을 '곡성군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장모씨는 "양 주사님 청천벽력에 이게 무슨 일입니까.부모를 탓해야 할지 세상을 나무라야 할지 이것 밖에 드릴 말이 없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부조금 50만원을 전달했다.

 그는 청사 청소를 하며 언론기사 분석 등을 위해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양 주무관을 매일 봤다며 "참으로 성실한 청년이다"고 기억했다.

 홍보업무를 함께 한 인연이 곡성 경찰서 여경도 '말 없고 성실한 사람'을 떠나보낸 안타까움을 빈소를 찾아 표했다.

 양 주무관의 초임 근무지인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공무원도 곡성군청 홈페이지에 "성실한 친구였는데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 했는데…"라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양 주무관들의 동료인 600여명 곡성군 공직자도 모두 한달음에 달려와 양 주무관의 길을 배웅하고 있다.

 ◇ "도울 방법 없나" 지자체·경찰 노력 이어져공직 1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 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해 가장을 잃고 남겨진 만삭의 아내와 5살 아들을 도우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양 주무관은 공무원연금법상 근무연수가 10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연금수급대상이 아니다.

 곡성군은 이를 고려해 양 주무관이 '순직' 처리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할계획이다.

 공무원 연금법 시행규칙 14조에는 '출퇴근 중의 사고로 인한 사망의 경우 공무상 사망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 순직처리에 따른 유족급여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곡성군 측은 내다봤다.

 불의의 사고로 이어진 사건을 맡은 경찰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범죄피해자보호법'에 다른 구조금액을 가족들이 받을 수 있도록 사건을처리할 방침이다.

 다만 '과실에 의한 행위'는 구조대상 범죄피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 조항 탓에 신중한 법률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2년 10월 20일 오후 9시 7분께 경북 고령군 다산면의 한 아파트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피해 유가족이 범죄피해 구조금을 받은 사례를 참고하고있다.

 당시 사건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30대 여성의 투신으로 아파트 현관을 지나던중국 동포 산업연수생이 사망한 내용으로 이번 사건 내용과 유사점이 있다.

 당시 경찰은 투신자살자에 대해 '과실치사'로 사건을 송치,범죄 가해자가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마무리됐지만,검찰청 범죄피해구조심의회에서 구조금지급을 결정하면서 유가족을 돕게 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양 주무관에 대해서도 이 같은 내용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주무관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을 통해 접한 시민들의 유족을 돕고 싶다는 문의 전화도 곡성군에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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