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당, 민생 현안 제쳐두고 힘자랑부터 하나?

입력 2016-05-25 20:33:39

정부가 '상시청문회법'의 삼권분립 위배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25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스스로 상생의 정치를 무너뜨리고 야당에 극한 대결을 강요하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거부권 행사는) 법 자체의 문제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길게 말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미없어!"라는 소리이다. 20대 총선이 만들어준 '거야'(巨野)의 기세가 그대로 드러난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오만이다.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 균형을 위해 마련한 장치로, 삼권분립의 한 축이다. 그런 점에서 천 공동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발언은 삼권분립 위반이자 나만 옳다는 독선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선전포고'가 내포한 의미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총선 민심의 무시라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19대 국회 마지막 날 큰 논란을 불어올 게 뻔한 법안을 충분한 토론도 없이 기습 상정해 통과시킨 것은 총선 민심에 부응한 것이란 소리다. 참으로 오산이다. 이렇게 하라고 민심이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야당은 총선에서 이겼으니 무엇을 하든 민심은 우리 편이라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당면한 경제'민생 문제에 집중하라는 요구였다"는 말도 했다. 그야말로 총선 민심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하지만 말뿐이고 실제 행동은 반대로 가고 있다. '상시청문회법'을 사실상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부터가 그렇다. 당면한 경제'민생 문제는 여야정이 합심해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경제'민생 문제와 무관하고, 여야 간, 야당과 정부 간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들고나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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