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문학관 유치, 대구가 답이다

입력 2016-05-19 22:30:02

현진건·이육사·이상화 배출…"대구는 한국 문학의 수도"

◆대구 유치의 역사·문화·국가적 타당성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 문학 관련 기록물을 수집, 보관'보존하고 전시하는 국립한국문학관을 2019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구시와 서울시 은평구'동작구, 인천시, 강원도 춘천시'강릉시, 전북 군산시, 경기도 파주'군포, 충북 청주시 등 전국 15개 자치단체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구시는 소설 '빈처'와 '운수 좋은 날'을 쓴 소설가 현진건과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 이장희, 백기만을 비롯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등 일제강점기 민족시인과 이문열, 김원일, 아동문학가 권정생, 이오덕 등 한국 문단의 대표 문인들을 배출한 곳이라는 점 등을 들며 대구가 한국 문학의 수도임을 문학관 유치 근거로 내세운다.

또 1945년 10월 전국 최초로 죽순시인구락부가 설립되고 한국 최초의 시 전문지인 '죽순'이 1946년 대구에서 발행됐다는 점, 6'25전쟁 당시에 박목월과 박두진, 조지훈 시인 등 전국의 문인들이 대구에 거주하며 전쟁문학을 꽃피웠다는 점, 문인들이 앞장서 국내 최초의 문학예술 전문교육기관인 상고(상화와 고월)예술학원을 설립해 3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한국문학관은 대구가 적지임을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다. 경주 중심의 향가를 비롯해 시조, 가사, 악장문학의 원류 역시 대구와 경북이다. 고려시대 정몽주, 이색, 길재를 배출한 곳 또한 대구경북이다. 우리나라 고대 역사문화유산의 보고 '삼국유사'를 쓴 일연이 태어나고, 삼국유사를 집필한 곳도 대구와 경북이다.

과거만 찬란한 것이 아니다. 튼튼한 뿌리를 바탕으로 대구와 경북은 1만인 학생저자 양성운동, 대한민국 릴레이 문학축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펼쳤으며, 대구시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청 독서'인문학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중심 교육청이다.

나아가 대구시는 국립한국문학관 인근에 약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예술창작촌과 공연문화시설을 건립해 세계적인 문화예술거리를 조성하고, 현재 대구시내 언론사와 교육기관, 각종 민간기관에서 주최하고 있는 문학제, 문학상 등과 연계하는 세계문학축제를 개최해 명실 공히 세계 제일의 문학도시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남부권 문학벨트로 앞서가는 대구

국립한국문학관 대구 유치 추진과 관련, 대구시는 타 경쟁도시에 비해 한발 앞서고 있다.

대구가 갖고 있는 문학적 역사성에 더해 경북과 부산 울산 등 경남의 문인들도 대구 국립한국문학관 유치를 지지하며, 대구 문인협회에 연대의사를 밝혔다. 경북의 경우 대구와 문학적으로 한 뿌리라는 점을 들어 이병국 경북예총 회장, 김주완 경북문인협회 회장이 국립한국문학관 대구 유치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아 함께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울산, 경남, 부산 등 영남권 문인들도 대구 문인들과 연대해 국립한국문학관 대구 유치를 돕고 있다. 이들은 경남 통영 출신인 청마 유치환이 경북문인협회장, 초대 경북예총 회장을 맡아 대구경북의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는 다른 시도와 달리 우리나라 남부권을 아우르는 문학 거점으로 위상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대구시뿐만 아니라 수성구청도 수성못 시문화 거리, 범어천 시문화 거리, 수성못 상화동산에 '청년 상화를 만나러 가는 길' 등을 조성하는 한편 '시인 정호승과 함께하는 대구 문학투어'를 계획하는 등 '문학도시 대구' 위상 확립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타 시도의 경우 한 지역 내 자치단체들이 뿔뿔이 유치 경쟁을 펼치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문학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책읽기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대구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민간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서출판 학이사(대표 신중현)는 출판사 부설 독서 아카데미를 개원하고 책 읽기의 완성이라는 서평 강좌를 개설, 체계적인 책 읽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강좌를 맡은 문무학 시인(전 대구예총 회장)도 이 운동에 적극 동참, 수강생들이 내는 수강료 전액을 시민들을 위한 책 읽기 운동에 쓰기로 했다.

대구시 외에 가장 활발하게 문학관 유치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서울시 은평구의 경우 같은 서울 지역 자치단체인 동작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국립기관의 90% 정도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강원도의 경우 춘천과 원주, 강릉이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의사를 갖고 경쟁을 펼치고 있어 대표성과 문학 거점 도시 위상 측면에서 대구시에 비해 상당한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강원도 차원에서 조율에 들어갔다고 알려져 있지만 조율이 만만치 않다는 게 해당 지역 유치위원회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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