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대구의 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출의 부실화를 차단하기 위해 지역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문턱을 높이는 '디마케팅'(Demarketing)에 나서고 있어서다. 디마케팅이란 수익 증대를 위해 일부 고객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 전략이다. 이에 따라 지역 기업들은 영업 실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도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추가 대출이 막히는 다급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역 중소기업을 상대로 치열한 대출 경쟁을 벌였던 은행들이 올 들어 이렇게 돈줄 조이기에 나선 것은 지역 기업들의 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은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이미 그 파장이 '선제적'으로 지역 기업을 타격하는 꼴이다.
문제는 은행들의 대출 축소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현재 지역 은행들은 부실 위험 기업을 가려내기 위해 대구경북 기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 경제 사정도 더욱 나빠질 것이란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은행이 부실 여부 평가를 통해 선제적인 대출 관리에 나서는 것은 경영의 건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부실이 은행의 부실로 확대하면 나라 경제 전체가 골병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돈줄을 죄는 것도 경제 사정을 악화시키기는 마찬가지다. 은행의 영업 전략이 위험 회피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단기 실적에 급급해진다. 이는 지금은 어렵지만 적절하게 지원하면 회생할 수 있는 잠재적 우량 기업까지 도산으로 내몰 수 있다.
은행은 예금자와 기업 등 자금 수요자를 중개하는 위치다. 이런 중개 기능에 장애가 오면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린다. 그런 점에서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공적 기능을 갖는다. 그래서 은행은 이익 증대라는 사기업의 목표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자금의 중개라는 공적 기능에도 충실해야 한다. 은행들은 기업 대출을 줄이기만 할 것이 아니다. 면밀하고 다각적인 대출 심사로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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