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시인 가도(賈島)가 '승고월하문'(僧敲月下門)이라는 시를 쓸 때였다.
閑居隣竝少 한거린병소/ 한가로이 머무는데 이웃도 없으니
草徑入荒園 초경입황원/ 풀숲 오솔길은 적막한 정원으로 드는구나.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연못가 나무 위에서 잠들고
僧敲月下門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리네.
이렇게 적고 난 뒤, 시인 가도(賈島)는 '밀 퇴(推)' 자를 쓸지, '두드릴 고(敲)' 자를 쓸지 망설였다. 그때 유명한 시인 한유(韓愈)를 만났다. 결국, 시인 가도는 한유의 권유로 '고(敲)' 자를 선택했다. 여기서 '퇴고'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처럼 글을 쓰고 난 뒤, 반복적으로 읽고 고치는 행위를 '퇴고'라 한다.
◆퇴고의 중요성
글짓기 숙제를 가지고 첨삭 지도를 하다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간단한 오류조차 고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오류는 한 번만 읽어도 쉽게 고칠 수 있다.
쓰는 것만큼 퇴고도 중요하다. 별생각 없이 대충 쓴 글도 수없이 퇴고를 거치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참신한 소재와 주제를 가진 글이라도 퇴고가 없다면 결국 졸작이 되고 만다.
◆퇴고의 3원칙 - 더하기, 빼기, 바꾸기
글을 고칠 때도 원칙과 기술이 있다. 글은 큰 부분에서 작은 부분으로 고쳐나간다. 즉, 주제와 구성을 먼저 보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나중에 고쳐도 좋다. 다시 말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먼저 보란 뜻이다.
① 빼기: 불필요한 부분을 지운다. 중복 내용, 주제와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지운다.
② 더하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빈약한 곳은 내용을 덧붙여 완성도를 높인다.
③ 바꾸기: 단락 순서를 바꾸거나, 전개 방식을 목적에 맞게 바꾼다. 구성 방법에 따라 안정감, 긴장감, 전달력이 달라진다.
◆퇴고 시 체크 항목
▷주제와 제목이 적절한가?
▷단락은 제대로 구성되어 있는가?
▷걸리는 부분, 찝찝한 문장이 있는가?
▷표기법, 띄어쓰기는 제대로 되어 있는가?
마지막으로 퇴고는 오류가 없을 때까지 수없이 해야 한다. 사실 작가 대부분이 그렇게 한다. 퇴고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일단 글을 덮는다.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퇴고를 해 본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글도 다시 보면 고칠게 또 나온다. 고칠 게 없다면, 그때 글을 덮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퇴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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