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다시는 행복하게 지빠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없을 것이다." 레이첼 카슨(1907~1964)은 '침묵의 봄'이란 책으로 세상의 변화를 끌어냈다. 그녀는 살충제를 비롯한 인간이 만들어낸 화학물질이 뭇 생명과 자연을 어떻게 파괴하고 결국 인간에 어떤 재앙을 주는지를 파헤쳤다. 자연의 소리가 사라진 봄, 그것은 인간 탐욕의 결과였다. 그의 외침은 마침내 세상을 깨우쳤다. '침묵의 봄'이 '20세기를 움직인 책 10권'에 포함되고 그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의 한 사람으로 뽑힌 까닭이다.
세상을 바꾸는 데는 숱한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만 그런 것은 아니다. 좁은 지역사회도 그렇다. 누군가의 깨친 사고와 행동이 필요한 이유다. 바로 대구가 4'13 총선을 통해 깨친 사고와 행동의 유권자에 의해 세상 바꾸는 경험을 했다. 총선 전 대구의 각계 인사 1천33명이 대구의 변화를 호소했고 깨어 있는 대구 유권자는 오랜 특정당 위주의 투표 관행 '침묵'에서 벗어나 대구의 '변화'를 위해 일할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말하자면 4'13 총선 결과는 침묵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대구 유권자가 변화를 향한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언론의 잇따른 일당 위주의 대구 정치 지형도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 지적에 한 독자는 항의를 겸한 요청의 글을 보내왔다. "지역민에게 자책감만 심지 말아주십시오." 지지 정당에 관한 문제는 누구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 특정당 지지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믿건대 이번 선거 결과는 지역민에게 '자책감'보다는 분명히 '자긍심'을 주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홍의락 무소속 후보의 당선이라는 의미 있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잇따른 대구 안팎의 다양한 언론 평가와 풍성한 뒷담화는 그 증거다. 그만큼 대구의 변화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대구 여야의 선의 경쟁 구도로 정치 다양성을 확보한 만큼 이런 구도의 뿌리 내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랜 침묵의 일당 지배가 빚어낸 항의로 보이는 한 독자의 '자책감'이 '자긍심'이 되도록 김부겸'홍의락 두 당선자의 남다른 활약에 기대를 거는 간절함이다. 이번 4'13 총선이 '대구를 움직인 선거', 두 당선자가 '대구를 바꾼 2인'으로 남도록 뛰고 또 뛰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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