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해운사 채권단 손에
정부와 정치권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세부 내용과 관련해선 아직도 안갯속이다. 구조조정 대상과 내용 등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방향 제시 없이 속도만 낸다?
정부가 최근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 유지 및 실직자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나 세부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관계 부처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관계 장관들은 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고용 지원 방안을 논의했으나 큰 틀에서만 합의가 이뤄질 뿐 정확한 대상은 오리무중이다. 회의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관계부처 장관 및 기관장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의에선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업종의 고용 유지 지원 방안과 실업 발생이 예상되는 업종의 신속한 취업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유는 구체적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후 대책인 고용 지원안까지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직도 구조조정의 대상을 해운,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5대 취약 업종이라고 밝히는 등 구체화 작업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해운이 1순위
구체화 작업은 늦어지고 있으나 구조조정의 1순위는 해운 쪽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이견이 없어 보인다.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마저 지난 2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국내 양대(兩大) 해운사의 운명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손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이 받아들여지면 한진해운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길을 걷게 된다. 한진해운이 자율 협약을 신청하자 업계에서는 현대상선과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양사는 그동안 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
외국에서는 합병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일반적이다. 현재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싱가포르 최대 해운사 넵튠 오리엔트 라인스(NOL)도 지난해 프랑스 해운사가 인수했다.
한편 한진해운 사태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단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뒤, 철강'석유화학'건설업 등 나머지 5대 취약업종 전체로 산업구조 재편작업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철강'석유화학 산업은 사업 재편을 통해 기업별로 공급과잉 품목을 줄여나가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건설업은 국내에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해외에서는 최근 국제 제재가 풀린 이란 등지에 진출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민'관 협력 인프라 사업, 투자개발형 사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지원한다.
구체적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으나 정부 측 말을 종합해 보면 당장 이달부터 대기업의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착수해 오는 6월까지 마치고, 7월 초 구조조정 대상기업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 선별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7~10월 평가를 거쳐 11월 구조조정 대상을 가려낸다.
◆업계는 반발
구조조정 1순위로 해운업에 초점이 맞춰지자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이 해운업계 전체를 절벽으로 몰아갔다는 비판이다.
김대중정부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모든 기업에 부채 비율을 200%로 유지할 것을 지시했다. 해외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려 운행하는 산업의 특성 때문에 부채 비율이 다른 산업보다 높았던 해운업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정부 지시에 따라 눈물을 머금고 보유 선박들을 팔았다. 하지만 노무현정부 들어 호황기가 찾아왔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팔았던 배를 고가의 용선료를 주고 다시 빌려야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자동차 운반선 등 다양한 종류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 해운업계를 이 지경으로 만든 당사자는 역대 정권들"이라는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국 선사 보호를 위해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신용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한국 정부만 기업들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운을 시작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구체화될 경우 구체화된 대상들도 이 같은 불만이 폭발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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