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투명한 재해 대응 방식

입력 2016-04-25 16:43:54

최근 일본에서 연속적으로 발생한 지진으로 5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에콰도르에서도 이달 16일에 이어 20일 또다시 규모 7.5의 강진이, 같은 날 필리핀에서도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지역 모두 '불의 고리'라 부르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해 있다.

비록 우리나라는 이 불의 고리에서는 비켜나 있으나 결코 지진 안전지대라고는 할 수 없다. 일본 지진에 의한 지각 불균형의 영향이 한반도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활성단층이 땅 밑에 있으면 언젠가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나라에서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도 불안하다. 또한 건축물 내진설계가 잘 돼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건축물은 겨우 30% 정도만 되어 있다고 한다. 지진 관련 대책이나 훈련이 전혀 안 된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이런 재난이 일어난다면 피해 규모는 일본의 몇 배가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에콰도르 지진 피해 규모가 같은 시기 일본의 10배가 넘는 것을 보면 국가 차원 재난대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첫 번째 지진이 발생한 지 26분 만에 기자들과 접견했다. 또 총리실 관저에 위기관리센터를 구성하고 비상재해본부를 설치한 것은 첫 번째 지진 이후 겨우 40분이 경과한 때였다. 이어 16일 두 번째 강진이 발생하자 아베 총리는 의전 행사가 피해 수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장 시찰을 취소했다.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형식'보다는 '본질'에 집중하는 자세 또한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국가 원수가 현장주의에 입각해 사태 수습을 진두지휘한 점은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은 구체적으로 정리된 매뉴얼 교육 덕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의 재해 대응 방식은 투명하고 공개적이라 관료조직과 해당 공무원들이 하나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투명한 대응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 한 국민들은 불안에 떨게 되며 흉흉한 루머만 난무하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냈던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특히 산모와 영유아들이 대거 사망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지나서 말이다. 왜 검찰은 5년이란 시간을 흘려보냈을까? 그동안 관련업체는 연구결과를 조작하는 등 책임회피를 위해 온갖 술수를 마련하기에 급급했다. 살균제 성분인 PHMG의 용도를 제한하지 않았던 환경부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거쳐 이 사건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져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만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도 투명한 사회가 구축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싶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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