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폼생폼사'는 진행형
'무한도전'과 젝스키스의 유쾌한 콜라보
송중기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MBC '무한도전'이 그 어려운 걸 또 해냈다. 이번엔 1990년대 중후반 H.O.T의 맞수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를 재결합시켰다. 2000년 5월 공식해체를 선언한 후 무려 16년 만의 부활이다. 지난해 초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소환해 복고열풍을 일으켰던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의 시즌2로 기획돼 불가능해 보였던 젝스키스 6인 완전체의 무대를 성사시켰다. 지난 16일 방송에서 젝스키스 멤버들을 모아 게릴라 콘서트 무대 준비에 합의하고 연습에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줬고, 이어 23일 방송에서는 거리로 나가 대중과 만나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어 30일 방송을 통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젝스키스의 게릴라 콘서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흔한 트렌드 '추억팔이', 책임감 필요해
2015년 대중문화계의 두드러진 현상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복고열풍의 재점화다. 연초에 방송된 '토토가'를 기점으로 1990년대 가수들이 줄줄이 복귀해 눈길을 끌었고, 하반기에는 tvN '응답하라 1988'이 빅히트치면서 1980년대에 대한 향수까지 자극했다. 그 사이에 JTBC는 지나간 가수와 가요를 되새겨보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내놨다. 극장가에서도'이터널 선샤인' 등 추억의 영화가 재개봉돼 관객몰이에 성공하는가 하면 '빽 투 더 퓨처'와 '영웅본색' 시리즈가 다시 스크린에 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를 돌아보고 그 시대의 문화를 여러 세대가 공유한다는 건 여러모로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물 만났다'는 듯이 유사 콘텐츠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건 달갑지 않다. 이를 기회로 준비도 덜 된 상태에서 다시 대중 앞에 서는 과거의 연예인을 보는 것도 곤욕이다. 늙어 빛바랜 외모와 실력으로, 그저 과거의 인지도를 이용해 영광을 재현하려는 이들은 오히려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을 망칠 뿐이다. 그래서 추억을 소환하는 콘텐츠와 이에 동참하는 '왕년의 인기인'들은 투철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만 한다.
'무한도전'+젝스키스 완전체=성공적 기획
그런 의미에서 '무한도전'의 젝스키스 소환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기획이라 평가할 만하다. 일단 '주인공 선정'에서 탁월했다. 젝스키스는 H.O.T와 함께 가요계 아이돌 문화를 구축시킨 1세대 스타 보이그룹이다. 3년여 기간 짧고 굵게 활동한 후 공식은퇴 선언을 해 아쉬움을 남겼는데 그 후로 멤버 6인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두 차례 멤버들의 결합 소식이 들린 적도 있었지만 매번 불발에 그쳤다. 주요 멤버 고지용이 젝스키스 해체와 동시에 연예계를 떠나 사업가로 전향한 상태라 6인 완전체 형태로 무대에 오르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다. 게다가 보컬 강성훈이 수차례 사기사건 등에 연루돼 물의를 빚었고, 이재진 또한 군 복무 당시 탈영사건을 일으킨 후 연예 활동을 하지 못한 터라 젝스키스 전원이 모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지난해 '토토가' 시즌1 당시에도 제작진이 젝스키스 멤버들을 불러들이려 했지만 조율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젝스키스 전원을 다시 한 무대에 세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희소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다. 문제는 이들을 다시 불러오는 과정인데 이 역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 '무한도전'이었기에 박수 받으며 성공적으로 기획을 마무리하는 게 가능했다고 본다.
리스크 요소까지 호감으로 바꿔놔
일단, 멤버 강성훈과 이재진의 과거사는 젝스키스 복귀에 분명한 걸림돌이었다. 결과적으로 강성훈은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이재진 역시 탈영의 배경에 대한 사실이 알려져 어느 정도 동정표까지 확보했던 상황. 하지만, 어쨌든 두 사람 모두 불미스러운 사건의 당사자였고 본인의 책임 역시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터라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부정적 여론이 조성될 경우 자칫 이 기획을 추진한 '무한도전' 측이 곤란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무한도전'은 콘텐츠 자체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바탕으로 무리한 듯 보이던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겼다. 심지어 연예계를 은퇴한 멤버 고지용까지 설득해 젝스키스 완전체 무대를 완성시켰다. 지난해 10월부터 유재석과 하하 등 몇몇 멤버와 제작진, 그리고 젝스키스 멤버들끼리만 공유하며 추진된 비밀 프로젝트였다. 그 사이에 젝스키스의 복귀 및 게릴라 콘서트 계획 등이 언론에 알려져 계획 전체가 수정되는 등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뜨거운 관심이 입증된 결과로 받아들일 만하다.
젝스키스 멤버들을 다시 대중 앞에 공개하는 방식도 '무한도전'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돌발공연이 젝스키스의 첫 복귀 무대가 됐는데, 기껏해야 50~60명 남짓한 구경꾼들 앞에서 제대로 된 무대나 음향시설도 없이 립싱크하며 춤추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장면은 '무한도전' 특유의 B급 유머로 큰 웃음을 자아냄과 동시에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된 젝스키스 멤버들이 처한 현실을 알려주는 듯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어진 무대는 민속촌 야외무대. 1차 무대에 비해 공연 여건이 좋은 편이고 관객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라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멤버들의 힘찬 안무에 어린이 관객까지 동요하며 공연의 분위기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무한도전' 측은 대형무대가 준비돼 있다며 '본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마치 성장드라마 한 편을 보여주듯 유쾌한 톤으로 초반부를 열어젖히고 본격적인 감동의 장이 마련됐음을 예고했다.
젝스키스 본격 복귀 무대 14일 성황리에 마쳐
'무한도전'이 야심차게 준비한 젝스키스의 본격적인 컴백 무대는 지난 14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다. 당일 SNS를 통해 관객을 모았으며 불과 6시간 만에 1만4천여 석 규모의 행사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무한도전' 측은 과거 젝스키스의 팬을 상징하는 색이었던 옐로를 공연에 오는 관객의 드레스코드로 선정했다. 이 콘셉트가 세월호 사건 2주기와 겹치면서 묘한 상징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공연장을 채운 노란색 물결은 젝스키스의 복귀를 축하함과 동시에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담아낸 듯 보였다.
이 공연의 후반부에 정장 차림의 고지용이 합류하면서 젝스키스 멤버 전원이 함께하는 무대가 완성됐다. 16년 만에 성사된 멤버들과 팬들의 만남은 그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을 흥분시켰고 또 눈물짓게 만들었다. '무한도전'이었기에 가능한 대형 이벤트였다. 이 무대는 오는 30일 방송되는 '무한도전-토토가2' 세 번째 편에서 공개된다. 이번 무대 이후 젝스키스는 단독 콘서트까지 준비 중이다. '무한도전'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한 만큼 그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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