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재단의 그늘, 그곳엔 장애인 인권은 없었다

입력 2016-04-19 22:30:06

국가인권위, 산하 거주시설 인권침해 실태 조사

19일 오후 경산 와촌면에 위치한 천혜요양병원으로 거주인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 요양원은 지난 10년간 거주인들이 각종 사건
19일 오후 경산 와촌면에 위치한 천혜요양병원으로 거주인들이 드나들고 있다. 이 요양원은 지난 10년간 거주인들이 각종 사건'사고로 사망해 장애인 관리 부실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사회복지법인 청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거주 시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거주자 의문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등 인권 침해 사례가 빈발하다는 진정이 접수된 때문이다.

최근 인권위가 내놓은 조사보고서를 보면 시민사회 단체와 노조가 운영해온 복지 재단이 과연 맞을까라는 의문표를 달게 된다. 사망 원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사망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된 때문이다. 또 거주 장애인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등 인권 침해도 수시로 발생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 거주시설인 청구재활원(158명)과 천혜요양원(39명)에서 2007년부터 9년간 29명의 장애인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장애인 간의 폭행 사건으로 숨지거나 넘어져 숨지는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12월 장애인 A(지적장애 1급'당시 59) 씨가 혼자 화장실에 가려다 뒤로 넘어지면서 뒤통수를 TV 장식장 모서리에 부딪혀 사망했다. 하지만 당시 요양원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병원에 알리지 않고, 사망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적힌 사망진단서를 동구청에 허위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B(지적장애 2급) 씨는 시설 내 다른 장애인에게 맞아 2007년 사망했다. 당시 46세였다. B씨는 그해 10월 15일 오전 11시 30분쯤 시설 별관 출입구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가사 식당으로 가던 다른 장애인과 승강이를 벌였고, 발에 차여 넘어졌다. 이 때문에 목등뼈 손상을 입고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같은 달 22일 패혈성 쇼크와 급성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C(지적장애 1급'65) 씨는 2014년 12월 오전 생활관에서 떡으로 보이는 음식물을 입에 묻힌 채 질식사로 발견됐다. 의사 소견에 따르면 이미 죽은 지 5, 6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C씨는 윗니가 없어서 평소 음식물을 잘 씹지 못했지만 식탐이 강해 냉장고 등에서 몰래 음식을 꺼내먹는 행동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교사는 아무런 조치 없이 휴게실에 음식물을 뒀다.

상해 사건도 드러났다. 2009년 4월 3일 오전 6시 40분쯤 담당교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D(지적장애 2급) 씨가 팔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다른 장애인이 뜨거운 물을 부은 탓이다. 담당교사는 화상을 입은 사실을 바로 알지 못하고 방치하다 발견했다. D씨는 화상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3년 후에 숨졌다.

천혜요양원에선 2012년 10월 29일 시설 식당 앞에서 휴식을 취하던 장애인(지적장애 1급)이 가스배달 온 1t 화물차 뒷바퀴에 치여 췌장이 파열되고 늑골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어 16주나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장애인 13명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장애인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대부분인 폐쇄병동에 입원 됐고, 이후 병원에서 방치되다 사망한 예도 발생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들의 시설 관찰기록이나 상담기록에 정신과 입원의 필요성을 확인할 만한 내용이 불분명하고, 의사가 시설을 방문해 남긴 진찰기록에도 정신병원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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