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개발, 범죄 재구성에 활용…피와 색·점성 비슷하지만 가격 저렴
범인 없는 살인사건으로 남을 뻔한 '이태원 살인사건'. 발생 18년 만에 아서 존 패터슨(37)을 국내로 송환하고, 올 1월 진범으로 지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범죄 현장 재구성을 통한 '혈흔 분석'이 있었다. 이처럼 혈흔 분석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기법이지만 혈액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범죄 현장을 실제에 가깝게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혈액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구하기 어려운데다 감염의 위험도 있어 사용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동물의 피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많아 경찰의 애를 태웠다.
김영규 대구경찰청 과학수사계 팀장은 "동료의 등에 부항을 떠 혈액을 확보하는 웃지 못할 과정을 겪기도 했다. 그마저도 금방 굳어버려 옮겨 담지 못했다"며 "동물의 피도 활용했지만 쉽게 부패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찰청이 최근 '모조 혈액'을 개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모조 혈액은 수입 혈액보다도 점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혈액과 비슷할 정도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대구경찰은 사람 혈액과 동물 혈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입 혈액보다 저렴한 이 모조 혈액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5년을 바쳤다. 피는 특유의 색과 독특한 점성, 표면 장력을 갖고 있어 이를 재현할 성분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뜻밖에 '화장품'에서 나왔다. 대구한의대 한방화장품연구개발센터와 공동 개발에 나서 화장품 원료를 활용해 피와 점성이 비슷한 모조 혈액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모조 혈액은 지난해 9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증을 거쳐 11월 국제 과학수사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됐고, 특허출원도 준비 중이다. 박찬익 대구한의대 향산업학과 교수는 "수입품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인체에도 무해한 화장품 성분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구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지문을 촬영할 때 크기 식별에 필요한 '형광눈금자'도 개발했다. 기존 눈금자는 어두운 환경에서 촬영할 때 거의 보이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대구경찰은 이달 4일 본청 과학수사국에 보고했고, 특허 출원 후 전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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