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과반 실패, 민심 무시한 오만의 결과
김부겸·홍의락 후보 당선, 지역구도 와해 신호탄
민심은 무서웠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상실한 것은 민심의 매서운 심판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하고 영남에서도 큰 상처를 입었다. 제1당의 지위는 지켰지만,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새누리당은 당초 180석 이상을 자신했다. 야당의 지지율 저하에다 야권의 분열이란 호재가 겹친 것이 이런 허황한 꿈을 갖게 했고, '막장 공천'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공천 파동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지만 무시했다. 그래도 과반 의석을 넘길 것이라고 봤다. 그런 오만은 그야말로 오판이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에서 무려 4석을 잃은 사실이다. 이는 당초 6석까지 잃을 수 있다는 전망에 비하면 그나마 선전한 것이다. 이로써 새누리당의 '대구 불패' 신화는 산산조각났다. 그 의미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대구는 새누리당이 꽂은 '작대기'에 '묻지마' 지지를 보내는 곳이 아니며, 경쟁력과 진정성을 갖췄다면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도 얼마든지 대구 민심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수성갑에서 새누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혔던 김문수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다. 김부겸 후보는 19대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했으나 대구에 머물면서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김 후보는 당의 지원 없이 오직 혼자 힘으로 새누리당의 벽을 허물어갔다. 그동안 대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 미련없이 대구를 떠났던 야당의 '명망가'들과 확연히 다른 자세였다. 그가 당선한 것은 바로 이런 진정성이 대구 시민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의 당선은 야당이 대구에서 깃발을 꽂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교범(敎範)이다.
그의 당선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바로 지역 구도를 깰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당선은 '정통 야당' 출신으로는 31년 만이다. 북을에서 당선한 홍의락 후보도 마찬가지다. 전남에서도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해 재선 고지에 올랐다. 이들의 당선은 지역정당 구조가 영원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참으로 고무적이다. 이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제2, 제3의 김부겸'홍의락'이정현이 나올 때 지역 구도의 종말은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런 변화의 바람을 감지 못했거나 무시했다. 그런 점에서 사실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참패는 예정된 것이었다. 민심은 새누리당의 일방 독주에 염증을 내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무사태평하고 오만했다. '진박' 후보를 심으려고 대구 시민은 물론 당원의 뜻까지 묵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찍은 동을의 유승민 후보를 찍어내기 위해 구사했던 '무결정의 결정'은 그 결정판이었다. 최대 지지 기반인 지역에서 공천자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유권자가 지지해도 '우리 사람' 아니면 공천하지 않는다는 오만으로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수성을의 주호영 후보도 마찬가지다. 주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한 이유는 "3선 하면서 잘 해먹었다"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주장 말고는 없다. 공천에서 배제하려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결국 공천하는 대로 그냥 찍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수성을을 왜 '여성우선추천' 지역으로 결정했는지, 이에 대한 수성을 유권자의 뜻을 물어봤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렇게 결정했다는 통보뿐이었다.
이런 일방통행식 공천이 대구 시민의 반발을 불러오자 대구 공천자 전원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을 지켜본 대구 시민에게는 다급해지자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연극으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그런 '퍼포먼스'로 대구 시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엄청난 착각이었다. 이는 새누리당이 대구에서 지지를 회복하려면 간판만 내세웠던 과거와 완전히 단절해야 함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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