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저녁식사 시간이 조금 이를 수밖에 없다. 이유인즉 공연을 관람하러 오시는 관객들보다 빨리 식사를 끝내고 그분들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어느 날, 그날도 어김없이 일찍 저녁식사를 끝내고 직원들과 장치반입구에서 믹스커피 한잔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로 보이는 학생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혼자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직원들은 혼자 걷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며 본인들의 자식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필자도 어린 딸이 하나 있기에 그 모습에 딸이 투영되었고 입가에는 미소가 돌았다. 하지만 이내 슬픈 마음이 들었다. '저런 걸 12년 동안이나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 측은하게 느껴졌다. '과연 저렇게 노력해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받고 있는 교육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교육열은 날로 높아가고 있지만 그것이 전정한 교육인가? 아니면 단지 부모의 욕심인가? 이러한 논쟁은 끝없이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달 피아니스트 백혜선 등을 배출한 미국 명문 월넛 힐 예술학교(Walnut Hill School for the Arts)의 안토니오 비바 교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고 기업들은 혁신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고 있으며 대학들 또한 많은 실패의 경험으로 생각이 유연해지고 사려 깊어진 인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력과 탄력적 사고를 지닌 인재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으며 그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예술 교육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물론 방문 이유가 조기 유학이나 자신들의 학교 홍보가 우선이겠지만, 인터뷰 내용은 상당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필자는 아이가 풍부한 표현력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의 소유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풍부한 언어의 소유자라는 이야기는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언어들이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언어이면 좋겠다는 의미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들만의 언어로 명작을 만들어 냈다. 고흐는 그림으로, 파가니니는 음악으로, 톨스토이는 글로써 그것을 표현했다. 사람들은 이를 예술이라고 하고 그 예술을 고급언어라 부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아이들이 예술 교육을 통해서 조금 더 고급스럽고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다면, 이 시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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