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 칼럼니스트 전원책·진중권의 4·13 총선

입력 2016-04-12 20:47:56

"대구경북이 곧 대한민국, 대한민국 위해 투표해요"

◇전원책…투표만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최선이 없다면 차선, 최악만 피하면 희망은 있다

'투표를 망설이고 있다'는 멘트가 트위터에서 유행하고 있어 안타깝다. 헌법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투표만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투표를 통해 제대로 된 대표를 선택하고, 그들을 통해 공동체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표는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이번이 20대 총선이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환갑을 훨씬 지난 만큼 성숙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여야의 공천과 선거운동 과정을 볼 때, 민주주의의 성숙은커녕 오히려 퇴보해 '패거리(붕당) 정치'가 심화된 느낌이다. 미운 사람 잘라내고,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 쫓아내고, 자기하고 친한 사람 뽑아준 것이 여야의 공천이었다. 이런 자의적 공천은 입법부를 (유권자나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기 마음대로 구성하겠다는 교만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서도 기초연금 대폭 인상 등 포퓰리즘 공약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주요 정당 간 정책과 이념 스펙트럼의 뚜렷한 차이도 없다.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냉소적으로 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치 냉소증, 혐오증의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을 택하고, 차선조차 없다면 최악을 버리고 '차악'을 선택하자. 최악만을 피할 수 있으면, 우리는 그나마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중권…'민주주의 축제' 선거에 이슈·정책 대결 전무. 최악의 후보 막기위해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역대 최악의 선거전이었지만 최악은 막아야 한다. 선택의 시간이 왔다.

지난 총선만 해도 경제민주화나 무상복지,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민의제, 선거의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유권자들이 기준으로 삼을 만한 이슈나 정책 대결이 사실상 전무했다. 한마디로 4'13 총선은 '의제 없는 선거' '공당의 사천(私薦)' '옥새 권력암투' '야당 간 혈투'로 대변된다.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선거가 이럴 수는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또 다른 지역주의로의 회귀는 더 심각하다. 호남과 대구경북(TK) 지역주의가 부활했다. 야권은 안철수발 '녹색바람'으로, 여권은 대통령발 '진박바람'으로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채 선택을 강요했다. 여야 각당은 자신의 텃밭인 호남과 TK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지지층을 자극하고 서로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한 정치적 공학적 셈법에 집중했다. 야당끼리의 싸움도 이전투구나 다름없었다. 상대 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서로 정치판에서의 퇴출을 외쳤다.

정치 지도자가 국민들을 앞서가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이 정치 지도자와 정치를 걱정하고 분노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모두 나의 잘못이고, 우리 유권자의 잘못이다. 무관심과 관용의 결과다.

이제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통한 최선의 후보 선택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최악의 후보, 최악의 지도자는 막아야 한다. 투표소로 발길을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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