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스포츠클럽 활발하니, 학교 폭력 물러갔네

입력 2016-04-03 22:30:02

학생 변화시키는 학교 체육

최근 체육 교육이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을 없애는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구 동도초등학교
최근 체육 교육이 학업 스트레스, 학교 폭력을 없애는 해결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대구 동도초등학교 '단체 줄넘기' 클럽 소속 학생들이 쉬는 시간을 활용해 운동하고 있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제공

학교 체육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체육 활동을 통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학교 폭력 해결, 청소년 우울증 해결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운동은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육 정책에서 소홀히 다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훈련, 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정, 양보 등 학생들의 인성적인 측면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스포츠클럽, 체육으로 변화하는 학생들, 확대되는 체육 교육 등에 대해 살펴봤다.

◆체육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대구 팔달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 군은 최근 일찍 일어나 학교에 오는 게 즐거워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군은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교우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학교생활에 재미가 없어지자 결석을 일삼기까지 했다.

그러다 김 군이 180도 변한 계기가 있었다. 학교에서 학교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모아 축구 클럽을 결성했고, 담임교사가 김 군에게 학교스포츠클럽 가입을 권유한 것이다.

학교에 와 수업을 듣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던 김 군. 지금은 오전 7시면 학교에 와 운동장을 달리며 친구들과 축구를 한다. 김 군은 "처음에는 축구를 하고 싶어서 매일 학교에 일찍 가곤 했다"며 "그러다 교내 대회, 전국 대회까지 출전하게 됐고 지금은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학교 체육이 학생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청소년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기초체력 저하로 지난 몇 년간 체육 교육은 꾸준히 강조돼왔다. 그러다 최근 체육교육은 학업 스트레스, 우울증, 학교 폭력 해결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운동은 학업에 지장이 가거나 운동부 학생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소홀히 여겼던 과거 인식이 변한 것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이란 교내 동아리처럼 종목별로 꾸려진 '운동 동아리'다. 학교마다 수십 개의 학교스포츠클럽이 있고, 클럽마다 담당 교사가 정해져 있다.

체고, 체대 진학 등을 위해 훈련에 주력하는 운동부와 달리 학교스포츠클럽은 일반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다. 학교스포츠클럽에는 개인 종목 없이 농구, 축구, 단체 줄넘기, 피구 등 단체 종목만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생들 모두 참여하는 체육 활동을 통해 협동심을 기르고, 부적응 학생도 자연스럽게 줄이기 위해서다.

장창우 대구 팔달중 학생생활부장은 "평소 수업 방해, 잦은 지각 등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웠던 학생들이 스포츠클럽 활동 후 달라졌다"며 "협동심,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익혀 인성교육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교내 체육 활동 눈부신 성과

대구시교육청은 4년 전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교내 체육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대구지역 학생들의 학교스포츠클럽 등록률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대구 초'중'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등록률은 2014년 84.7%, 지난해 88.5%로 전국 평균인 68.5%를 훨씬 웃돌고 있다.

매년 열리는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하는 팀들도 2013년 22팀, 2014년 85팀, 2015년 112팀으로 늘어나고 있다. 교육 관계자들은 학생들이 교육감배'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했다가 돌아오면 수업 태도, 눈빛이 달라져 돌아온다고 입을 모은다.

김택호 대구시교육청 장학사는 "다른 지역'학교 친구들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하나가 돼 경기를 끝내고 오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내적 성장을 하고 돌아온다"며 "경기에서 실수한 친구를 오히려 보듬어 주는 것은 물론,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 교사와의 신뢰도 두터워진다"고 말했다.

다양한 학교 체육 활성화 노력은 기초체력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향상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우선 초'중'고등학교에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체력평가(PAPS)에서 기초체력 미달 학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대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력평가에서 하위등급(4, 5등급)은 3.9%로 전국(평균 8.7%) 최저 수준이다.

전체 학생들의 체력평가 평균치도 마찬가지다. 2012년 6위를 기록해 전국 중위권을 기록했지만 2013년 3위, 2014년과 지난해는 1위를 달성했다.

전국 대회에 출전해 이들이 거둔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는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참가한 총 493팀 중 44팀이 입상해 전국 2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학교 폭력 실태조사 피해 응답률(0.3%) 전국 최저, 학업 중단 학생들의 꾸준한 감소 등도 체육 활동의 결실로 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비만, 기초체력 저하 문제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증 등 최근 청소년들에게 당면한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체육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확대되는 체육 교육

체육 교육이 주목받자 대구시교육청은 최근 학교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부터는 '행복체력 기르기 프로젝트(7560+)'를 목표로 정해 각 학교, 학생들에게 체육 활동의 중요성을 알렸다. '일주일(7)에 5일 이상 60분 이상 누적(+)해서 운동한다'는 의미다. 여교사 비율이 높은 편인 초등학교에는 체육전담교사 배치율을 2013년 85.3%에서 지난해 98.7%인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시교육청이 새롭게 주목하는 것은 수영 교육이다.

세월호 참사 후 수영의 중요성이 두드러지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수영 교육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3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수영 교육을 실시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곳 늘어난 22곳의 수영장을 활용해 초등학교 3, 4학년 2만7천879명을 대상으로 생존 수영 교육을 하기로 했다. 생존 수영은 특정 영법을 배우는 일반 수영과 달리 장시간 물에 떠 있는 법, 호흡법 등을 배우게 된다.

김영탁 대구시교육청 교육국장은 "다양한 학교 체육 활성화 정책을 통해 교우관계 향상, 학교 폭력 감소, 학업성적 향상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증가했다"며 "스포츠 활동을 통한 학교 체육 활성화 정책을 더욱 고안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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