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모의고사 성적표 제대로 활용하기

입력 2016-04-03 22:30:02

과목별 점수·등급·석차만 보지 말고 출제영역 세부 배점상황을 분석하라

"넌 1등급이 몇 과목이니?" "이번에 수학이 어렵던데 넌 몇 등급 나왔니?"

모의고사를 치른 뒤 성적표가 나오면 학생들이 나누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과목별 등급에 대한 것이다. 한 문제 차이로 안타깝게 등급이 내려갔다고 아쉬워하는 학생도 있고, 등급이 올라서 기뻐하는 학생도 있다. "우리 애는 이번에 국어, 영어, 수학 모두 1등급이래요"라고 슬쩍 이야기하는 학부모의 얼굴에는 만족감과 자랑스러움이 함께 보인다. 이처럼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가 모의고사 성적표의 등급에만 관심을 두는 게 현실이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모의고사에서 우리 학교에 과목별 1등급이 몇%이고, 전 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이 몇 명이라고 자랑하는 교사도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어떤 교육기관이 예상 등급을 잘 맞혔는지에 대해 평가하기도 한다. 시험을 치르고 나면 결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모의고사는 실제 수능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시험이고, 제대로 활용해서 수능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본래 취지에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시'도 교육청에서 치르는 모의고사의 성적표는 학교 내신 성적표나 평가원에서 치르는 6'9월 모의평가 성적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모의고사 성적표에는 수능 성적표에 나오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외에도 영역별 점수 및 보충학습이 필요한 문항, 영역별 백분위 점수와 같은 지표, 영역별 출제 경향에 대한 분석까지 제공된다.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유는 학생 스스로 성적을 분석해 자신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결과 자체에 연연하지 말고 활용 방안과 향후 학습 방향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모의고사 성적표를 크게 상단, 중단, 하단으로 구분해서 보면 상단에는 점수와 등급, 석차 등 과목별 성취 수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이다. 이 부분만 살펴본 뒤 성적표를 외면하는 학생이 대다수다. 하지만 사실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사항은 성적표 중단에 위치해 있다.

중단에는 과목별 영역에 따른 출제 현황과 세부적인 배점 상황을 분석,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부분을 보고 자신의 득점이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학의 경우 계산, 이해, 추론, 문제해결 영역에서 배점 대비 자신의 득점 상황이 어떤지 살펴야 한다. 이렇게 봐야 자신의 영역별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 부족한 영역을 알 수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학습 방향을 정할 수 있다.

가장 큰 지면을 차지하는 성적표의 하단은 과목별 문항의 오답 영역이다. 굳이 틀린 문항을 확인하기 싫어서 힐끗 보고 지나치기 쉽지만 이 부분에서 개별 문항에 대한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해야 한다. 중단에서 과목별 영역별 문제점을 파악한 뒤 문항별 문제점을 분석해 보면 자신이 하는 학습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볼 수 있는 것이다.

각 문제마다 오답 표시 밑에는 문항별 난이도를 A~E단계(수험생이 맞힌 비율에 따라 나눈 것으로 A는 80% 이상, B는 60~79%, C는 40~59%, D는 20~39%, E는 20% 미만을 의미한다)로 구분해서 제공하고 있다. 자신이 틀린 문제의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신이 틀린 문제의 난이도를 보면 어려운 문제를 틀리는지 아니면 쉬운 문제를 틀리는지 알 수 있다.

모의고사를 치르는 가장 큰 목적은 현재 자신의 학업능력을 파악해서 앞으로 어떻게 학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모의고사 성적표 상단에 있는 점수와 등급, 석차, 백분위 등의 영역보다 중단과 하단에 제공된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일부 고교에서는 모의고사 후 과목별로 문제풀이를 하는 대신 학생들에게 자신의 득점 상황을 분석하게 해서 과목별 영역별 문제점을 파악하게 하고, 학생들의 성취 정도를 파악해서 수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별 학생도, 단위학교도 모의고사를 단순히 등급 중심으로만 보는 관행에서 벗어나 성적표가 제공하는 다양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약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교 생활 동안 몇 번의 모의고사를 치러서 좋은 등급이 얼마나 나왔는지가 수능 성적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모의고사 성적표에 제공된 자신의 과목별, 영역별 정보를 세심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누적시켜 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하는 것이 실제 수능에서 승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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