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대구 자존심을 뭉갠 세 남자

입력 2016-04-03 21:34:02

막장 공천으로 지탄받게 한 이한구

대립각 세운 대통령 존영 건 유승민

동을 유권자 선택권 박탈한 김무성

대구가 세 명의 문제적 남자 때문에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혔다. 바른말만 한 '사림의 후예'라는 대구의 자존심을 짓밟은 첫 남자는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막장 공천'을 한 이한구다. 결과적으로 집권 여당의 전국적인 지지도를 끌어내린 악역을 했다.

논란 끝에 공관위원장을 맡은 이한구 의원이 '의원증'을 뺏고 싶을 정도로 별로 한 일 없는 19대 현역의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100% 상향식 공천제와 문제적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도입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노'라고 말하며 출발할 때는 산뜻했다. "여론조사로만 공천을 하려면 공관위가 왜 필요하냐, 컴퓨터에 맡기면 되지"와 같은 소신 발언은 공감대가 높았다. 공천 초미의 관심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유승민 의원에 대한 생사 여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과 결별을 작심한 계기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주장 때문만이 아니라 2015년 5월 29일 새벽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유승민 의원이 야당과 극적으로 타협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만든 입법 시행령조차도 국회가 심사하고,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입법 권한을 가진 국회를 괴물로 만들 독소조항을 품은 법안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유승민 의원이 따뜻한 보수파라 해도 품어 안기에 한계가 있다.

대통령이 싫어한다고 해서 집권 여당에서 공천을 주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대구'경북 유권자 70~80%가 현 대통령을 지지했고, 지지한 현직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통해서 지난 대선에서의 결정이 옳았음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세련되게 처리하느냐였다. 그런데, 이한구 위원장은 돌팔이 의사처럼 굴었다. 주부들도 수술의 원리는 안다. 주부들은 두부를 사오다가 조금 으깨지면 그 자리를 칼로 싹 도려내고, 나머지를 깨끗하게 살려서 요리를 한다. 정당 공천도 마찬가지다. 도려내야 할 곳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빨리 새 살이 돋고 얼굴에는 흉터가 남지 않는다. 그런데 이한구 위원장은 돌팔이처럼 수술 흉내를 내다가 설건드려 상처를 키우는 바람에 생사를 넘나들게 만들었다.

노련한 책임자는 될 수 있는 대로 피를 덜 보면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능력이고, 의무인데 문제적 남자 이한구는 그 골든타임을 놓쳤다. 공관위원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공천 데드라인 1시간 전에 자칫하면 공천 기회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유승민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도록 만들었다.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그러나 각을 세운 대통령 덕을 볼 생각이 아니라면 탈당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국민으로부터 (입법) 권력을 다시 부여받을 각오로 뛰면 된다. 선거 사무실에 대통령 사진은 뭐하러 계속 걸고 있나? 존영을 통한 대통령 팔기 논란으로 다시 한 번 대구 자존심을 긁은 유승민 의원이 두 번째 문제적 남자다.

대구의 자존심을 짓뭉갠 세 번째 남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다. 당 대표란 사람이 옥새를 들고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다리로 가서 옥새 들고 나르샤인지 뭔지 웃지 못할 영상을 찍으며 대구 동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만들었다. 공천 내정자는 물론, 대구 동을 약 20만 유권자들도 투표 선택권을 제한받았다. 무책임하다.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 동을 유권자들이 집권 여당의 후보를 만나지 못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 농사를 짓고, 과수원 등지에 일을 다니는 동을의 한 남성 유권자는 생전에 안 하던 십원짜리 욕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들, 여자 하나 대통령 만들어 놓고, 일을 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 아이가. 싫든 좋든, 정당 보고 찍으려고 했는데, 후보가 없으니 어쩌란 말이고." 대구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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