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도입은 아직 신중론…근거 법령 만들고 인권침해 소지 없애야
경기 남양주경찰서가 관할하는 남양주시의 전체 면적은 458.1㎢다. 서울시 면적(605.25㎢)의 약 75%에 달한다. 이곳 치안을 1개 경찰서가 담당한다. 서울에는 31개 경찰서가 있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북한강·남한강을 접하는 데다 운길산, 천마산, 불암산, 수락산 등 만만찮은 크기의 산이 둘러싼 분지 형태다. 이런 지리적 조건 탓에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수색과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남양주서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지난달 인터넷의 한 드론(drone) 동호회원들로 '드론 지원단'을 꾸려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활용하기로 했다.
20세기 군사 용도로 개발된 무인 비행장치 드론이 민간 분야에까지 확산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속에서 경찰 치안 활동에도 드론을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드론 동호회나 대학 등 민간 영역과 협약을 맺고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투입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실종자나 자살 의심자, 집을 나간 치매 노인 등 수색은 드론이 진가를 발휘하는 대표적 영역이다.
지금은 긴급한 수색이 필요한 사건이 발생하면 기동대를 비롯한 대규모 인력과 수색견 등을 투입해 의심스러운 지역을 뒤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필요에 따라 헬리콥터까지 동원되기도 하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넓은 반경을 인력으로 수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밤이 되면 조명장치를 활용한다 해도 수색 효율이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속이나 해안 절벽 등 지형의 제약까지 더해지면 수색은 한층 어려워진다.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은 이런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인체 발열을 감지하는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하면 야간에도 사용 가능하고, 짧은 시간에 지형의 큰 제약 없이 넓은 범위를 수색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이밖에도 경찰의 눈과 발이 필요한 업무라면 이론적으로는 드론을 활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최종적으로 법을 집행하는 주체는 인간이지만, 범인 검거를 위한 잠복이나 범죄 예방 순찰 등은 일정 부분 드론이 대신할 수 있다.
현재 드론 활용에 적극적인 곳은 관할구역이 넓고 실종 사건이 많은 경기지역 경찰이다. 경기도에는 서울보다 넓은 689.7㎢를 2개 경찰서가 나눠 맡는 화성시 같은 지역도 있다.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처음 도입한 곳도 경기 구리경찰서다.
구리서는 여성청소년과 직원이 취미로 보유한 드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경기지방경찰청(현 경기남부청)은 드론 동호회와, 화성서부서는 드론업체와 협약을 맺고 실종자 수색에 드론을 지원받기로 했다. 대구경찰청도 치매 노인이나 지적장애인이 실종되면 대경대 드론과로부터 인력과 장비를 지원받게 됐다.
실제로 드론이 경찰 업무에 활용된 사례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강원도 춘천에서 6일째 실종된 70대 노부부를 찾으려고 경찰이 한국국토정보공사에 요청, 드론을 지원받아 수색했다. 비록 노부부는 시신으로 발견됐지만, 드론 덕분에 수색 효율이 높아지고 시간은 단축됐다.
최근 경기도 평택 신원영군 실종 사건에서도 경찰이 민간단체인 한국드론산업협회에 협조를 요청해 드론을 수색 작업에 투입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일선 지방경찰청이나 경찰서 단위에서 자체 판단에 따라 드론 활용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드론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동호회나 업체 등 민간과 업무협약을 맺고 필요할 때 장비를 지원받는 식이다.
경찰청 내부에서도 드론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조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드론을 사용하려면 법적 근거 마련 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자체적으로 드론을 보유하고 업무에 공식 투입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을 거쳐 근거 법령을 만드는 등 준비할 부분이 많다"며 "신중히 진행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실종 사건처럼 국민 안전에 위험이 우려되는 긴급 상황에서 민간 협조를 받아 드론을 활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경찰 업무에 본질적으로 기본권 침해 요소가 있고, 기본권을 제약하려면 뚜렷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해 드론 활용 여부도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드론이 도입만 된다면 활용 분야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기술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경찰이라면 한층 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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