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여야의 기선 잡기 싸움이 치열하다. 경제 운영 철학을 둘러싼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간 설전도 그 일환이다. 강 위원장이 김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경제민주화'를 "낡은 진보 사상"이라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그 사람 헌법도 안 읽어본 사람인 것 같다"며 "헌법 가치를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뭐라고 답할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앞서 두 사람은 강 위원장이 제기한 '한국판 양적 완화'를 놓고도 충돌했다. 강 위원장이 시중 자금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판 통화 완화 정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김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일본이 모두 양적 완화와 저금리를 이행했다. 그런데도 경제는 살아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은 모두 그 나름의 논리를 깔고 있지만, 경제 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이 없는 일반 국민으로서는 어느 것이 맞는지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와 양적 완화는 전문 학자들도 타당성을 놓고 끊임없이 논란을 벌여온 문제이니 당연하다. 그래서 강 위원장과 김 대표의 주장은 일반 국민에게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다. 조금 더 보태 얘기한다면 추상적이고 공허하게 비칠 수도 있다.
물론 여야가 경제 공약을 입안하기 위해서는 경제철학이 탄탄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개별 정책끼리 서로 충돌하거나 배제하는 모순을 차단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이 경제철학을 둘러싼 입씨름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나 양적 완화 같은 거시 정책은 그 자체로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다. 결국 강 위원장과 김 대표는 일면적 진실만 얘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루한 논란보다는 각자 개별 경제 공약을 실효성 있게 가다듬는 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각 당의 자세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공약은 번드르르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확실하지 않은 점이 그렇다. 공약을 실행하려면 새누리당은 56조원, 더민주 147조9천억원, 국민의당 46조2천50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계됐지만 현실성 있는 재원 마련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는 공약이 실현 가능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 이런 '아니면 말고 식' 공약 경쟁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선거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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