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이렇게 긴 시간인 줄 미리 알았더라면 더 멋진 제2의 인생을 위해 무언가를 탐구하고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나버렸어도 스스로 가꾸며 살아온 날은 행복했습니다."
김광현(80'대구 수성구 범물동) 씨는 1995년 대구 동구청 부구청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영진전문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에 교수로서 정년 퇴임했다. 공직에서, 교수로 두 번의 퇴직을 한 셈이다.
김 씨에게 요즘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연중 쉬는 날 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월요일에는 기타, 화요일에는 일본어와 하모니카, 금요일에는 아코디언을 배운다. 또 수요일에는 문화지킴이로 나서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다닌다. '공부'가 없는 날에는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대구 시내 요양원을 찾아다니며 아코디언 연주 봉사를 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풍금 같은 악기 다루는 걸 좋아했지요. 아코디언은 반주기를 틀어놓고 연습을 했는데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휴대전화에 저장한 반주와 찬송가를 검색하는 모습을 보니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정보통'이었다. 한 소절 뽑아내는 찬송가를 들으니 목소리가 잔잔하면서도 우렁찼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이유는 음악을 사랑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 씨는 요양원에 봉사를 가면 신나는 곡을 주로 연주한다고 한다.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흥겨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는 봉사 중에 낯선 광경을 목격했다. 모두 즐거워하는 중에 한 분의 할머니가 울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연유를 물으니 남편과 사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대답하시더군요. 음악을 들으니 떠나간 그분이 생각난다면서요. 물론 저희 연주자들도 같이 울면서 숙연해졌습니다. 음악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슬프게도 하지만 마음을 정화시키는 치유 역할을 하지요."
배움이나 봉사활동이 없는 날은 늘 도서관으로 향한다는 김 씨의 손에는 두툼한 책이 한 권 들려 있었다. 바쁜 중에도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있다는 것 또한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부단한 노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책은 수집이 아니라 읽을 때 생명이 살아난다고 하지 않았나.
그가 읽고 있던 책은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을 그린 '상도'였다. 문득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는 구절이 떠올랐다. 재물은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나누고,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서로 위안하며 인격적으로 대하라는 뜻일 게다. 음악을 가까이하는 김 씨의 봉사도 그런 차원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탐구하는 노력이 끝나면 그때부터 늙음이 시작된다. 80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생활하는 김 씨를 보니 저절로 활력을 얻은 듯하다. 더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매개로 하여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다면 분명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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