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겠다" 속인 뒤 땅 투기하는 농업법인들

입력 2016-03-16 22:30:02

보조금 지원·세제 혜택 등 악용…농업용지 구입후 되팔아 차익

# A농업법인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영천 등 3개 시'군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첨부,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150필지 16만1천600㎡를 사들였다. 이후 이 법인은 사들인 땅의 96.7%인 15만6천㎡를 155명에게 팔아넘겼다.

# B농업법인은 2013년 예천의 농지 등 36필지를 30억5천200만원에 사들여 79억7천500만원에 팔아넘겼다. 그 이듬해에는 10억3천200만원에 산 19개 필지를 49억4천400만원에 팔아 각각 49억2천300만원, 39억1천200만원 씩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두 건 모두 법인세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영주세무서와 대구국세청도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상당수 농업법인이 '농업법인은 농지를 쉽게 살 수 있는 점'을 악용, 농업용지를 구입하고 당일 되파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 매매차익을 남기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법인 지원 및 관리실태' 결과에 따르면 농지거래가 빈번한 상위 20개 농업법인은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776필지 141만6천㎡의 농지를 사들인 뒤 분할해 법인당 최대 151차례에 걸쳐 모두 2천618명에게 되팔았다. 이런 방식으로 팔아넘긴 농지는 구매 농지의 74%에 이르는 767필지 104만9천㎡나 됐다.

농업법인은 영세 소농의 한계를 넘어 대규모 농업 경영이 가능하게 하려고 정부가 농지를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고 보조금 지원에다 세제감면 등의 혜택까지 받고 있는데 이들은 이 점을 악용한 것이다.

감사원은 또 20개 농업법인 중 16개는 법인세 신고서류상 업태를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나 '건설업'으로 신고했고, 업태에 '농업'이 포함된 나머지 4개 법인도 부동산 매매업 외에는 다른 사업에서 매출이 없는 점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투기 목적으로 농지 거래를 자주 하는 농업법인에 대한 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하거나 고발 조치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20개 농업법인 중 19개에 대해 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국세청장에게도 해당 농업법인으로부터 덜 걷힌 법인세를 징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그다음 달 27일까지 농식품부와 국세청, 경북도를 비롯한 4개 광역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징계요구 1건을 포함해 모두 15건의 처분이 내려졌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