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건 621년 만에 박을규 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에 '개방' 결정
현풍향교가 창건 이후 621년 만에 처음으로 '금녀(禁女)의 문(門)'을 열었다.
16일 대구 달성군 현풍면 상리 현풍향교의 석전대제(문묘에서 공자를 비롯한 성현에게 제사 지내는 의식)에서 달성교육지원청 박을규 교육장이 여성 최초로 제관으로 참여,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는 현풍향교의 석전대제는 통상 군정을 통솔하는 군수가 초헌관이 되고 교육장이나 경찰서장 등 주로 기관장들이 아헌관이나 종헌관을 맡는 방식으로 의식이 진행돼 왔다.
그런데 현풍향교는 올해 춘계 석전대제의 제관 선정을 놓고 난관에 봉착했다. 제관이 돼야 할 교육지원청 교육장이 여성이기 때문이다. 예부터 향교는 여자가 출입할 수 없는 금녀의 장소였다. 현풍향교 역시 지금까지 여성 제관은커녕, 여성들은 향교 주변에 얼씬도 못 하도록 했다.
현풍향교는 석전대제를 앞두고 전교를 비롯한 향교 관계자와 유림들이 모여 '여성 교육장을 제관으로 정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갑론을박 끝에 '여성에게 굳게 닫았던 향교의 문을 개방하겠다'는 쉽지 않은 결론을 내렸다.
이어 현풍향교 측은 교육지원청으로 사람을 보내 박 교육장에게 그간의 내용을 전하면서 제관 참여를 정중히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교육장은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교육장 신분으로 나서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이날 현풍향교의 석전대제에서 김문오 달성군수가 초헌관, 도수창 대구시 향교재단 이사장이 아헌관, 박 교육장이 종헌관, 정병국 논공중학교 교장과 이종순 달성중학교 교장이 분헌관을 맡아 성현들에게 술잔을 올리는 의식을 치렀다.
박 교육장은 "이번 현풍향교의 제례의식 과정을 통해 달성군이 '대구의 뿌리'임을 확실히 깨닫게 됐다"며 "옛 성현들을 숭상하는 우리의 오랜 전통이 학교교육을 통해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풍향교 관계자는 "인근의 한 지자체에서는 해당 향교와 유림들의 반대로 단체장이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석전대제에서 제관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풍향교처럼 좋은 사례가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지난 1395년 창건된 현풍향교는 현존하는 대구향교, 칠곡향교 등 대구 3개 향교 가운데 가장 먼저 설립돼 대구의 수(首)향교로 불린다"며 "이번 현풍향교의 첫 여성 개방은 새로운 제례문화로서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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