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물갈이 정치적 '卒' 전락 대구

입력 2016-03-16 20:43:18

"깃발 꽂으면 당선…대구시민 '봉'으로 보는 오만한 발상"

대구가 다시 새누리당 계파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4'13 총선 공천심사 과정에서 특정 계파의 지분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 대구 국회의원을 '졸'로 보고 대구시민들을 '봉'으로 취급하는 여당의 되풀이되는 작태 때문이다. 꽂으면 당선이라는 오만한 발상이 그 원인이다.

◆새누리당 계파전쟁에 지역 정치 실종

대구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 공천 배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친이계에 의한 친박계 공천물갈이, 2012년 친박계에 의한 친이계 공천물갈이 과정에서도 공천권을 거머쥔 진영은 대구에 낙하산 인사를 무차별 투입하며 지역 정치를 유린했다.

이에 대구시민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자체적인 정치지형 설계 권한'을 서울에 내준 채 총선 때마다 공천 칼날을 휘두른 당내 특정 계파가 제시한 '선택지' 안에서만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의 국회의원을 대선주자급, 당 대표(최고위원 포함) 및 국회의장단급, 상임위원장급, 초'재선급 등으로 골고루 배치해 정치적 미래와 실리를 도모하고자 하는 지역 여론은 총선에 반영될 여지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울러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만한 진용도 짤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상대 진영 쳐내기를 위한 저격공천이 확대됐고, 초'재선 의원들이 양산되면서 대구의 국회 장악력은 날로 쪼그라들었다.

◆새누리당 보복공천 흑역사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때마다 공천권을 쥔 계파가 인위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계파 지분 확대를 위한 꼼수지만 총선 승리와 국민들의 교체 열망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이계는 공천심사 과정에서 현역의원 109명 중 42명을 탈락시켰다. 낙천자 42명 중 박근혜 캠프 좌장을 지낸 김무성(현 새누리당 대표) 의원, 서청원'이규택'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가 16명이나 포함됐다. 공천자 중 친이계 성향 후보자는 157명, 친박 성향은 44명에 불과했다. 손발이 잘린 당시 박근혜 의원은 "무원칙 공천에 대해 대표와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지원유세 중단을 선언했다. 특히, 박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된 측근들이 결성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를 향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살아서 돌아오라"고 피맺힌 절규를 토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조원진(당시 초선), 박종근(당시 4선) 의원 등이 친박연대 소속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반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였던 2012년에는 공천 칼자루를 쥔 친박계가 피의 보복을 했다. 당시 19대 총선 공천심사에서 새누리당 지역구 현역 의원 131명(불출마를 선언한 13명을 제외한 수) 가운데 32명이 탈락했다. 안상수, 진수희 등 친이계 의원들은 추풍낙엽 신세였다. 서울 지역 20여 명의 친이계 가운데 공천 관문에서 살아남은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대구에선 범친이계였던 이명규(북갑)'배영식(대구 중'남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공수를 바꿔가며 상대 진영을 난도질한 '흑역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공천 칼춤 집권 후반기 부메랑으로

보복공천이 자행되는 것은 대통령 친위그룹이 대통령의 힘에 기대면 쉽게 공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정치구조 때문이다. 그 힘으로 국회 및 당내 지분을 확대하면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 힘을 보탤 수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임기까지만 유효하다. 집권 후반기 권력 누수 상황이 발생하면 무리수를 둔 공천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차에 호기롭게 친박계를 향해 공천 칼날을 휘둘렀던 친이계는 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친박계의 보복 물갈이공천에 맥없이 쓰러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반복되는 여야의 공천물갈이 논란은 어쩌면 권력을 좇는 정치권의 내재된 속성일지도 모르겠다"며 "세력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보다 정교한 공천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세련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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