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과 헬리코박터

입력 2016-03-15 18:22:45

한국인에 잦은 위암, 80%는 헬리코박터균 원인

헬리코박터균은 위 내시경으로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제공
헬리코박터균은 위 내시경으로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방법이 흔히 사용된다. 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제공

헬리코박터균은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83년 마샬 박사는 스스로 헬리코박터균이 들어간 수프를 먹은 뒤 위 점막 병변과 감염된 균을 확인해 헬리코박터균이 입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입증,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이후 헬리코박터균이 위염과 소화성궤양, 위암의 주요 원인이며 소화기 질환 외에도 철결핍성빈혈이나 편두통, 파킨슨병, 당뇨병 등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발표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위암의 80%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40세 이상 성인 80% 넘게 감염 보고

위 점막에 붙은 헬리코박터균은 암모니아를 만들어내며 위산을 중화시켜 스스로를 보호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 상피세포 표면에 붙어 요소 등 필요물질을 얻어 살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위 상피세포의 성질을 변형시키고 단백질성독소를 만들어 위 점막 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

손상이 반복되면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이 발생한다. 이후 위에 염증이 생겼다가 회복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위 점막이 장의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 증상이 나타난다. 장상피화생이 되면 속쓰림과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겪게 되고 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헬리코박터균은 주로 5세 미만의 소아기에 감염되지만 드물게는 성인이 된 이후나 위 내시경이 제대로 소독돼 있지 않은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어린이들은 엄마로부터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중 80% 이상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돼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제균 치료 후에도 정기 내시경 검사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제균 치료를 통해 위암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일본 조기위암검진협회 사카키 노부히로 교수가 제균 치료를 받은 소화성궤양 환자를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제균 치료에 성공한 환자는 위암 발생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제균 치료는 나이가 젊을수록, 위 점막 위축이 가벼울수록 위암 예방 효과가 높다. 현재 위암이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발견돼 제균 요법을 시행할 경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위 내시경으로 조직을 채취, 특수한 반응액의 색상 변화를 관찰하는 '신속요소효소검사'(CLO 테스트)가 흔히 이용된다. 위 내시경 검사 대신 호흡을 통해 검사하는 요소호기검사와 혈액검사로 항체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치료는 위산억제제와 항생제를 적절히 배합해 1~2주 복용하면 된다. 최근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제균 성공률은 70% 정도다.

또 약물 복용 과정에서 설사와 메스꺼움, 미각 이상, 피부발진 등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치료 후 재감염될 확률은 연간 1% 이하로 추정된다.

서준원 (재)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원장은 "헬리코박터균이 치료 대상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특히 소아기에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하고, 제균 치료 후에도 정기적인 위 내시경검사를 통해 건강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서준원 (재)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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