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촉구하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올해 1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촉발된 남북 경색 국면에서 박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대화'나 '협상' 등의 표현을 통해 관계 개선이나 정상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게다가 지난해 남북협상 과정에서 중단했던 '대북방송'을 재개하고, 급기야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 동원했다.
이명박정부 당시 천안함 폭침으로 취해진 5·24조치가 남북문제 해결의 가장 큰 장애요소였다면 대북방송 재개와 개성공단 폐쇄는 남북관계 경색에 쐐기를 박는 조치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정권은 남북대치 국면에서 결정적 고비마다 '벼랑 끝 전술'로 우리를 압박해왔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일정 정도 관철시켜 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비슷한 대응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치킨게임' 식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속에서는 어느 쪽도 얻을 게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느 한쪽의 항복을 받아내지 않고는 끝날 수 없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해버림으로써 박 대통령도 이제 정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소진하게 돼 버렸다.
북한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그동안 남북에 가져다준 역할이나 영향력을 말할 때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남북 완충 역할에 주목해왔다. 당초 북한군의 요충지였던 개성지역을 비군사지역으로 만듦으로써 평화라인을 구축해 남북 평화의 상징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동서 통일을 이룬 독일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중국과 대만 관계보다 훨씬 더 통일을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 근거로 개성공단을 들고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라는 마지막 카드를 써 버림으로써 인해 이젠 양쪽에 총칼을 든 남북한 비무장지대를 제외하고 남북 간 완충지대는 없어진 셈이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것은 결국 주변 강대국의 역할에 기대거나 이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서글프다. 남북 경색 국면의 지속을 통해 득을 보는 것은 남도 북도 아니고, 결국 우방국 여부를 떠나 중국과 미국, 일본과 러시아일 뿐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이 그나마 대화의 불씨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어떤 카드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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