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과서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여성 항일투쟁사

입력 2016-02-29 20:48:44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헌신한 데에는 남녀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2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은 대부분 교과서에 실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는 데 소홀했고, 알리는 데는 더 소홀했던 탓이 크다.

올 3'1절 훈'포장 수여자를 포함해 그동안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사람은 모두 1만3천393명에 이르지만 여성은 1.7%인 226명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2천216명 중에서도 여성은 32명에 지나지 않았다.

여성 수가 적은 것은 독립운동에 투신한 여성이 적어서가 아니다. 광복 직후 열린 '기미순국부인추도회'에서 당시 신문은 "포악한 일제의 총검 앞에, 조국 광복에, 부녀들도 피 뿌렸다"는 글을 실었다. 국가기록원이 3'1절을 맞아 발간하기로 한 '여성 독립운동사 자료 총서에는 3'1운동과 관련해 일제 판결문에 드러난 것으로만 총 34건 54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실려 있다. 서대문형무소 수형 기록 카드 역시 총 180명의 여성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담았다.

3'1운동뿐 아니라 범위를 넓히면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은 더욱 크다. 영화 '암살'의 실재 인물로 존재를 알린 남자현은 조국 독립을 호소하며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혈서 '조선독립원'을 썼다. 윤희순은 '안사람 의병가'를 짓고 한말 최초의 여성 의병장으로 활약했고, 안경신은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평남도청과 평양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여성으로서는 처음 사형선고를 받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과서는 이런 공인된 여성 독립운동가조차 다루지 않고 있다. 현행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유관순 열사 외에 별도의 여성 항일투쟁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교과서는 여성 운동가를 독립적 시각에서가 아니라 독립군의 아내라는 시각에서 기술한다.

여성 독립운동사는 재조명돼야 한다. 많은 사례들을 발굴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싣고,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선조들의 항일운동엔 남녀 구분이 없었다. 후손들이 이를 외면하거나 구분 지어 소홀히 다루는 것은 국민 인식 수준이 낮음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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